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처서(處暑)┃詩人이 보는 世上┃2024-08-22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8. 22. 13:58

본문

 

 

처서(處暑)이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만큼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자리 잡는 때이다.

처서(處暑)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인 데,

여름 더위가 가시고 가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절기로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다. 대체적으로 양력 8월 23일경(음력으로는 7월 중)

처서가 들어선다. 올핸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처서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처서와 연관된 속담으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속담으로는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가 전해진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순행을 드러내는 절기다.

예전에 부인들은 이때 여름 동안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그늘에서 말리면 '음건(陰乾)', 햇볕에 말리면 '포쇄'라 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 처서(處暑). 어쩜 그 무더웠던 여름이 한순간에 물러 가는지 신기하다.

이제 머지 않아 노릿해지는 가을 냄세가 물씬 풍길 것이다. 엄청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지만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하늘이 높아진듯 하다.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다고

호소하고 어떤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가 기분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어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를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은 그런 감정에 빠질 가능성이 적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낮엔 여름 날씨지만 해질 무렵엔 실바람이 살갗을 어루만지는 감촉이 비단자락이 스치고

지나가는 듯 산산하고 간지럽고 상쾌하다. 한낮에도 간간히 바람결에 실려 온 사늘한 기운이

얼굴을 쓰다듬는다. 한동안 폭염에 휘둘려 어리둥절했는데 이제서야 맑은 정신을 찾은 느낌이다.

이젠 태양이 두렵지가 않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무렵은 김매기도 끝나

'호미씻이'를 한 뒤여서 농가에서는 한가한 때인 데, 그래서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라는 뜻으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라고 한다.

처서 무렵 날씨는 벼 이삭이 패는 때이기에 한 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이 무렵은 음력 7월 15일 백중(百中)의 호미씻이(洗鋤宴)도

끝나는 시기여서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하다. 남들은 어쩔지 모르지만

땀흘린 사람에겐 '건들 팔월'이라 해도 흉될 게 없다. 지난 여름내내 땀흘리며 농작물을 키우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풀과의 전쟁을 치룬 농부님들은  조금 건들거린다 해도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나는 가만히 있으면 病이 나는 체질이다.

더군다나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처서(處暑)가 아닌가?

이런 계절에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제풀에 넘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왕궁의 오층석탑 일출

전북 익산시 왕궁면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