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꽃이 지면 가을이 오고....
이젠 입추가 지났고 말복도 지났다. 이어 처서가 되면 기온이 내려 갈 것이다.
이마에 맺힌 땀이 흐르지 않는 시기가 곧 다가 온다.
땀이 흐른다 해도 그냥 가을바람 앞에 분해되고 만다.
물론 아직은 한낮은 여름이지만 조석으론 가을 냄세가 나기 시작할 것이다.
누가뭐래도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찾아오게 되고 가을이 목전에 이를 것 같다.
바람불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 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는 가을.
푸른빛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엔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디엔가로 떠나고 싶은 시간들이다.
유난히 그리운게 많을 것 같은 계절이다.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고 무심히 밟고 지나던 길도 노점상의 골패인 할머니 얼굴도 이젠 예사롭지가 않게
느껴지는 계절이 다가온다.
오십대를 황홀한 나이라 하기에 그 나이 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었다.
젊은 날의 내 안의 파도 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
오십만 되면 더 이상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
하루 빨리 오십대 되기를 무턱대고 기다려 왔었다.
그러나 그 오십을 훨씬 넘기고 육십대도 넘기었음에도 여전히 가을이 오면 흔들린다.
가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어설프지도 곰삭이지도 않은 적당히 잘 성숙된 그런 나이이기에
어쩌면 한껏 멋스러울 수 있는 멋을 낼 수 있는 나이라고 믿었는데
아직 가을속에 깊숙히 발을 내딛지도 않았는데, 실버들처럼 흐느적거린다.
"주여...가을바람에 서걱대는 몸 부대끼며 제 생애 몫을 다하며 살아온 들꽃과 들풀처럼
쓸쓸히 홀로이 잎 지게 마시고 솜털의 보드라운 따뜻한 사랑으로 보듬어 주소서.
가을의 외로움이 더하는 홀로이 살아감이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
제 각각 다른 모습 다른 마음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사랑 나누며 깊어가는 가을에
주의 사랑과 행복으로 곱게 단풍들이고 주 안에서 한데 어우러짐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가을이 되게 하여 주소서."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제주 중문관광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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