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에서 전어 굽는 냄세가 진동한다.
전어(錢魚)의 계절이 돌아왔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전어가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그간 경험으로 볼 떄 신통한게 아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가을 전어는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전어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조선시대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전어는 맛이 종아 상인들이 염장해 파는데
귀천없이 모두 좋아했다. 사는 사람은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유래를 적었다. 돈을 따지지 않을 정도라니 맛에 관해서는 일찌감치 검증을 받은 셈이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충청도에,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충청도·경상도·전라도 및
함경도에서 전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영조 때에 편찬된 읍지들을 보면 황해도를 제외한
전 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도 전어를 한자로
전어(箭魚)라고 쓰고 그 속명도 같다 하였으며,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하여 전어라는 이름의 유래도 언급하고 있다.
전어 굽는 냄세에 정말 며느리가 돌아 올까.
한번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오면 받아 주기는 하겠는가? 모두가 말쟁이들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남들이 그렇다니까 전주 광주 친구들을 불러 한번 대접을 해야겠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예전의 맛이 아니다. 보리 개떡을 먹으면서도 행복해 했던
예전의 입맛이 아니다. 불과 일주일 사이 황금물결을 이르던 들녘이 점점 비워져 가고
가을 냄세가 물씬 풍긴다. 아직은 곱게 물들진 않았지만 가로수들이 가을 색체를 띄기 시작했다.
샛노란 은행잎도 변신을 시작했다. 단풍(丹楓)든 산행이 벌써 부터 기다려지지만
그것도 한가할 떄 이야기이지 내년을 기약해야 할 판이다. 요즘 웃을 일이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생활이 사람의 마음까지 위축시켜 놓는다. 찬 서리 내리는 십일월은 모든 게 을씨년스럽다.
어찌된 영문인지 봄과 가을은 소리 소문 없이 계절의 느낌을 가져보지도 못한 채 찰나에 지나가고
더위와 추위만 한반도에 뿜어대는 모양새에 당혹스러울 뿐이다. 단풍은 이제 좀 더 지쳐 있는 듯 자
꾸만 오므라 들어가고 있다. 유독 짧아진 가을이라 그런지 모양도 예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11월의 가을도 그렇게 시간에 떠밀려 지나가고 있다.
가을은 관심 밖에 있던 것들이 문득 시선을 잡는다. 같은 길을 걸었을 뿐인데 가을을 입은 나무들은
곱게 치장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해 눈과 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늘상 눈에 익숙하게 들어왔던 그 나무가 아니다. 뚝 뚝 지는 나뭇잎은 또 다른 의미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4계절을 사람의 일생과 비교해 보면 1년과 일생의 사이클이 비슷하다.
자연의 순환은 인생 과정과 많이 닮아 있어 예사롭지 않다.
요즘 웃을 일이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생활이 사람의 마음까지 위축시켜 놓는다.
사철 푸른 잎의 나무들이 있지만 꽃을 피워 등불처럼 환하게 화단을 밝혀주는 꽃이
사철 피어 있으면 좋겠다. 계절에 맞는 꽃화분을 잘 사들이고 또 떠나보낸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심곡항 가는길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6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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