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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를 보면서┃詩人이 보는 世上┃2024-08-31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8. 3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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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트막한 포도밭처럼 살고 싶었다

산등성이 아래 몸을 구부려 낮게 낮게 엎드려서 살고 싶었다.

아니 앞으로는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는 이미 세상의 술틀에 던져진 포도알이었는지도 모른다.

채익기도 전에 으깨어져 붉은 즙액이 되어 버린 포도나무의 눈물이 유리병속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어 버린다.

얼마나 열매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던졌는지를 무언으로 설명하는 포도원엔 적막이 흐른다.

앙상한 가지에서 이렇게 탐스런 열매를 만들다니 정말 볼수록 신기하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가나에서 처음 행하신

처음 이적이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사건이다.

아마도 자신을 포도나무로 비유하실 때 가장 세상에서 빈약하고 흠모할 것이 없는 존재가 되어

주시겠다는 암시였는지도 모른다. 그걸 십자가 위에서 증명해 보이셨다.

그리고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하셨다. 여우는 포도원에 침투하길 좋아한다.

애써 여우를 잡아내지 않으면 포도원은 이내 초토화될게 뻔하다. 포도원이 망하는 건 간단하다.

작은 여우 하나때문에 포도원이 절단난다. 크고 작은 교회들마다 여우들때문에 혼란에 빠지고

포도 농사를 망치는 경우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사람이 넘어지는 건 태산때문이 아니다.

작은 돌뿌리에 사람이 넘어지는 것이다. 사소한 말한마디에 기운이 빠지고 의욕을 잃어버리는

사람을 수없이 보아왔다. 하루아침에 포도원이 무너지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모든 영양분과 수분을 위로 올려보내고 결국 줄기가 말라 비틀어지는 운명속에 자신을 던진

포도나무를 뉘가 험담하는가? 내 삶이 포도나무처럼 쪼그라지고 말라 비틀어진 상태이지만

아직은 열매가 나올 거라고 확신하고 으깨어지길 열망하면서 살고 싶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충북 옥천 이모부님 포도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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