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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면서 피는 꽃┃詩人이 보는 世上┃2024-08-29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8. 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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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흔들리면서 크고, 인간은 거짓말을 하면서 성장하고, 거짓말 한 것을 후회하면서 성숙한다.

거짓말을 전혀 못하는 인간은 순진해서 피곤하고, 거짓말을 잘하는 인간은 믿을 수 없어서

피곤하다.'는 말이 있다. 도종환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라고 읊었는 데,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많이 흔들렸다. 사소한 말한마디에도 흔들렸고,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가슴앓이를 했던 때가 부지기수이다.

당시에는 비분강개(悲憤慷慨)하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역시 흔들면서 피는 꽃이라는 말에 실감이 간다.

그래서 화가 날 땐 일단 입을 닫는 버릇이 생겼다.

내 말수가 줄어들 때는 화가 몹시 나 있을 때라고 보면 틀림없다.

언제부터인가  노인층에 편입된 것인지 옛 것에 대한 향수에 잠길 때가 많다.

그리운게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복고 마케팅(Comeback Marketing)’이란 걸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한번쯤은 내가 지나 온 길을 회상해 보는 것도

크게 책잡을 일은 아니다. 나에게 인생의 재미를 묻는 건 대단한 결례이다.

내 선택이 아닌, 부모님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내가 세상에 태어났고,

이왕 태어났으니 의미를 찾으려고 애를 쓸뿐이다.

나는 늙어서 민폐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늘상 듣던 말중에 '주책바가지'란 말이 있다.

‘주책’은 ‘주착(主着)’에서 온 말로 원래 ‘줏대’나 ‘주견(主見)’의 의미를 가졌다.

지금은 ‘주착’이라는 발음은 없어지고 ‘주책’이란 말로만 사용되는데,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거리를 말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란 자신의 분수를 알고

그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한다. 왜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 말을 듣는가.

“어느새 내 위치가 없어졌어!” “쓸모가 없어지니 전부 젊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했어!”

몇년 전 은퇴를 앞둔 선배가 한 말이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이 활동했던 조직에서 이제 존재 자체가 없어졌다고 허탈해했다.

지난 40년 세월을 돌아보면 수고와 눈물밖에 남은 게 없는데

이제 와보니 ‘뒷방 늙은이’ 취급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처럼 되지 말라며 ‘뭐든 나서서 하지 마!’라는 나름 처방전을 내놓았다.

나야 별로 두각을 나타내 본적이 없고 내 위치란 것이 보잘 것 없는 것들이었기에

아쉬울 것도 잃을 것도 없었지만 교단내에서 줄곧 상석에만 앉았었기에 그 허탈감이 큰가보다.

'生則不可奪志, 死則不可奪名

(살아서는 뜻을 빼앗을 수가 없고, 죽어서는 이름을 빼앗을 수가 없다).'

'예기(禮記)'의 구절이다. 남이 뺏지 못할 뜻과 이름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해야지,

남이 안 알아주는 것을 탄식하지 말라는 얘기다. 젊어서 그만큼 호사를 누렸으면

'골방늙은이'로 사는게 맞다. 뭘 바라는가? 부자가 되지 못한 화풀이인가?

처서가 지나니 아직 한낮은 여름이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견딜만 하다.

이대로 가을로 건너 뛰었으면 좋을듯 싶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경주아침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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