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빗줄기가 창문을 유난히 강하게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깼다.
캄캄한 하늘에서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빗소리.
저 비는 한 많고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내려주는 ‘자비(慈悲)의 물줄기’일 수도 있고,
남이 편안하게 잠 들어있을 시각에 지붕에서 빗방울이 새서 깡통을 받쳐놓고 있거나 하수구가 넘쳐
물이 휩쓸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을 가난한 이웃들에게는 정련(精鍊)의 신호일 수 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떠난 우리들, 그 길에서 그칠 것 같지 않는 비가 내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모든 인생이 그렇듯 지겹다는 생각은 잠시,
비는 오래 내리지 않는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힘들 때, 외로울 때, 길을 잃었을 때 책 한권을 들고 소박한 여행을 떠나보면 좋을 듯 하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답을 쉽게 구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나는 개구쟁이 시절부터 비를 참 좋아했다.
아스팔트 포장이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이라 비가 내리면 바지는 흙탕물이 튀어 단벌 신사들에겐
쥐약이었지만 고인물에 첨벙대는 물소리가 좋아 일부러 하이칼라(high collar)
신사들 곁을 지나갈 땐 세차게 웅덩이 물을 밟아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내가 비가 감성적이라고 느낀 건 23년전 파리에서였다.
해외여행으로 나선 파리는 하필이면 하루종일 흐리고 비가 내렸다.
일정을 잡지 못하고 창을 열고 파리의 지붕들을 구경한다. 유럽여행의 백미(白眉)는 지붕 구경이다.
건너편 건물은 학교라서 아이들이 수업하는 광경이 그대로 보인다. 비 오는 날이 종종 그렇듯
우울하고 우중충할 법도 한데 파리의 비는 낭만적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괜찮긴 하지만
관광이 목적이고, 언제 또 다시 파리를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는 틈을
이용하여 일행들과 함께 가까운 몽마르트를 보러 길을 나섰다. 흑인들이 팔찌를 강매한다는
좌측 루트를 피해 우측 계단길을 택했다. 이쪽은 사람이 별로 없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보니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본 파리 시내. 참 아담하고 예쁜 도시다. 조잡스런 물건을 강매하는 흑인들,
묘기를 부리며 시선을 끄는 사람, 연주를 하는 사람 등 관광지의 풍경이 펼쳐진다.
비에 젖은 파리가 참 아름답다고 느낀 건 인적이 끈긴 에펠탑 근처에서였다.
오늘도 뷰포인트로 안내하겠다는 수많은 운전사들이 몰려들었다.
제각기 부르는 가격도 다 다르다. 자신만 알고 있다는 뷰포인트가 있다면서
차별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먹고사는 건 어딜 가나 치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한 낮엔 비가 올듯말듯하면서 찜통 더위가 하루종일 기승을 부렸다.
요즘은 밤엔 비가 내리고 낮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차라리 강열한 햇볕이라면 이를 핑게대고 쉴텐데
구름 낀 날씨에 습도마저 높으니 더 짜증이 난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열기 내뿜는 서울의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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