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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지갑에 있지 않다┃詩人이 보는 世上┃2024-07-15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7. 1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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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줄기나 가지의 가로 단면에 나타나는 둥근 모양의 테를 보노라면

그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지만 나는 나무의 아픔의 흔적을 본다.

매년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생기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사람에게도 주름살이 생기게 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상징과도 같다. 나이가 들면 피부 속 탄력을 주관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살이 처지는 등의 노화현상이 나타난다.

보톡스를 맞고 주름살을 없앨 수 있는 레이저 치료를 받으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

얼굴의 주름을 속상해 하면서 그 주름을 지우려 애를 쓴다. 얼굴의 주름은 부끄러움이 아니고

인생의 훈장이다. 오랜 세월의 연륜이 쌓이지 않고서는 감히 어느 누가 그 귀한 훈장을

평생 가지고 살수가 있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만나는 시니어들에게 은퇴후에

잃은것이 무엇이며, 얻은 것은 무엇인지를 종종 물어본다. 잃은 것을 후회 하는 분들은

대게 “그때 내가 왜 그 사람에게 그리 못되게 굴었는지?” 하는 후회, 가족과 함께 여행을 못해 본것,

쓸데없는 일에 객기를 부린 것, 영양가 없는 정치 이야기에 열을 올리면서 시간 낭비 한것

등등이라고 한다. 새로 얻는것에 대해서는 넘치는 시간, 새로운 취미생활을 할수 있는 것,

남을 위해 베풀수 있는 시간과 건강, 뭐니 뭐니 해도 너그러울 수 있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넉넉함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것은 얼굴과 목의 주름살.

많은 시니어들은 이제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든 더이상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사진은

안찍는다고 말한다. 사람이 세상살이를 누리는 가운데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진척이 더딜 때

한숨 섞인 푸념으로 자주 '세월을 탓하고 원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월은 인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이다. 세월이란 말은 바로 흘러가는 시간으로 광음 또는 때라고도 한다.

나는 매일 습작을 하면서 언제가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세상을 떠난 후 덩그런히 남아 있을

언어의 조각들, 삶의 흔적들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작고하신 목사님의 설교 노트를 볼 때마다

목사님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 없는데 그 메세지의 내용들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질곡(桎梏)의 세월을 살아왔을, 그 삶의 언저리를 회상하며 서글픔을 느낄뿐이다.

 또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 우리처럼 중장년에 접어든 사람들은 나이 앞에서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한 선배가 요즘 버릇없는 후배들이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때론 그 선배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 후배들이 무시하고 업신여긴다는 생각이 들면 세월의 무상함도

들 것이다. 그러나 섭섭해 할 필요가 없다. 나일 먹은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 갈수록 뜸해지는 안부가

아예 없어지는 순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잊혀질 건 잊혀지고 버림받을

시간이 되면 누구라도 버려지게 된다.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는 사람도 있다.

만남과 이별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가지만 둘의 속성은 매우 다른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주 쓰는 말로 쿨(Cool)하다고 하던데 만남과 이별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만남은 쿨 할 수 있지만 이별마저 쿨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만남은 기본적으로 우연을 동반한다.

내가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도,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일

모두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일어난 일이기에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그래서 만남은 충분히  쿨 할 수 있지만 이별은 만남처럼 우연적이기보다 만남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 벌어지는 상황이기에 서로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이별이 결코 우연일 수는 없다.

이별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나를 슬프게 한 사람이나

우리의 삶이 그저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 다반사로 이루어진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곳에

정착하거나 인연을 만드는 일이 시큰해졌다. 기쁨으로 만났다가 머지 않아 헤어져야 하는

슬픔이 더 큰데 어찌 이 새로운 만남이 기쁘기만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성격상 아무나와 친해지질 않는다.

어차피 머지 않아 모든걸 놓아야 하는 순간이 올텐데,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마지막도 대범하게 하기로 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지를 가보면 인간이 만든 것으로 믿기지 않는 규모,

오랜 방치와 전쟁의 참화를 겪어 폐허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충분히 화려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적도 있다고 한다.

여러 유적지을 방문하면서 필자도 처음에는 눈앞에 펼쳐진 믿기 어려운 풍광을 담기위해

연신 사진을 찍었으나 이내 포기하였다. 어차피 사진으로 담기지 못할 경이였기 때문이다.

대제국을 이루고 현대 국제도시에 쳐지지 않을 만큼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왕조가

한순간에 멸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역사의 순리이겠지만, 멸망을 넘어 사람들로부터

오랜동안 완벽하게 잊혀졌다가 어느 순간 웅장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발견되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일 것이다. 이처럼 흥망성쇠가 극적인 나라가 또 있을까.

그런 찬란한 역사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유적을 가진 국가가

현재는 세계의 최빈국으로 전락하였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이지만,

그 절대 빈곤 속에 사는 국민의 행복도가 세계 5위라는 것은 또다른 충격이다.

행복은 지갑에 있지 않는 것 같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서울 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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