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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詩人이 보는 世上┃2024-07-10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7. 1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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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거실과 房들을 놔두고 난 또다른 밀실을 꿈꾼다.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독특한 체질때문에 왁자지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만의 공간이 늘 필요했다. 누구에게도 아늑한 밀실이 주어지지 않는 이런 공간에서의

한 생애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럴 때 옛 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거짓 낭만에 빠질 위험이

상당하거니와, 그럼에도 그 옛날에는 다락방이 있었고 지하실이 있었고 동네에는 골목이 있고

공터가 있고 거기서 5분쯤 벗어나면 야산이 있고 들판도 있었는데,

이젠 그 안팎 모두가 아파트의 신전이 되었으니, 어디 숨을 만한 방 하나 없는 처지 아닌가.

한국 사회가 가파른 팽창과 발전의 신화를 쓰던

1970년대의 박완서는 ‘휘청거리는 오후’와 ‘도시의 흉년’을 통해

이미 대도시의 중산층 가옥문화가 상당히 폐쇄적으로 급변할 것임을 증언한 바 있다.

그 때는 서울 도심에 ‘신흥 양옥집’이 들어섰고 강남에는 아파트가 기립하던 때였다.

아파트는 인간의 모든걸 빼앗아 갔다. 골목길에서 이웃과 나누던 정담을 훔쳐갔고,

담장너머로 넘겨주던 사기 그릇에 담긴 情을 추방했다. 뒤늦게 ‘도시의 흉년’을 경험한 세대는

도시를 탈출하고 싶어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다.

직장생활, 자녀 교육 등에 발목이 잡혀 마치 거미줄에 달린 잠자리처럼 발버둥치지만

그러다가 삶의 허무를 이야기한다. 현실이 고달퍼질 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요컨대 어디 먼 곳으로 떠나서 숲 속을 걷고 새벽 안개와 더불어 명상을 하고 청신한 가을 기운을

쏘이는 것을 ‘힐링’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마치고 돌아온 후의 삶에 뭔가 작은 변화의 기미라도

있어야 할 테지만, 삶이란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간단한 것이 못 된다.

한겨울엔 스키장을 찾고 한여름엔 해변에서 썬텐을 하는게 문화인인가?

현대인의 최대 불행은 사유할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도심 어디에도 사유할 곳이 없다.

사무실에서도, 거리에서도 심지어 저마다의 집에서도. 우리는 사유할 공간이 없다.

책 읽을 곳마저 강탈당하고 있다.

온통 우리의 운명을 티브이에 맡기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전주 덕진공원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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