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슬픈 세 가지가 있다.
"할 수 있었는데", "하고 싶었는데", "해야만 했는데" 등이다.
같은 실수를 두 번하면 그것은 정말 실수다. 실수를 통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삶을 반추해 보면 정말 이 세가지의 후회가 주류를 이룬다. 할 수 있었지만 안했고,
하고 싶은 일을 못했으며 꼭 해야만 할 일을 뒤로 미룬적이 많았었다.
이는 게으름때문에 기회를 놓쳤고, 눈치보느라 못했으며 다음에 다시 기회가 있을 거라 믿는
어리석음때문에 내 삶은 헛점 투성이였다. 어쩜,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두려움이 나를 안일한 길로
내몰았을 거란 진단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나는 결점이 많은 사람이다.
뭔가 2%가 부족한단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가 왜 이러는가 하는 불만스런 생각에
마음의 고통을 겪은 적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결점을 싫어한다.
결점으로 인해 상처받고 전전긍긍할 때가 많다. 이 모든 문제는 '본질적인 나'보다 이름·나이·
경험·사회적 지위·보여지는 인격 등으로 이루어진 '가면을 쓴 나'에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뿐 아니라 단점과 결점을 가지고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단점이나 결점이 드러나는 것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단점이나 결점이 없다는 것은 인간적 매력이 없다는 의미와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불완전함에 있다는 역설로 볼 때 그렇다.
결점이 전혀 없는 사람은 계곡이 전혀 없는 산과 같다.
서양 속담에 "결점이 없는 사람은 갈라진 틈이 없는 산악과 같아서 전혀 재미가 없다
(A man without faults is a mountain without crevasses.
He is of no interest to me)"는 말이 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때때로 남의 결점을 파헤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돋보이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람은 총명하고 선량하면 할수록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한다. 그러나 어리석고 짓궂으면 그럴수록 남의 결점을 찾는다"고 했다.
어떤 점에서 남보다 뛰어나더라도 그것에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어떤 점에 있어서 남보다 열등하더라도 그것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
잘난 사람도 어떤 점에 있어서는 남만 못할 것이며, 못난 사람도 어떤 점에 있어서는 남보다
나을 수 있다. 자기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리어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남보다 못하다는 열등의식 또한 똑같은 정신적 부담을 지는 것이며, 자칫하면 남을 시기하게 되고
혹은 고독에 빠지기 쉽다. 날씨가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된다.
항상 좋은 일만 있다면 인생의 참 맛을 느끼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비가 내리고 바람도 불어야만 비옥한 땅이 된다. 봄바람은 어설프고 을씨년스럽지만,
겨울을 지낸 나뭇가지들을 계속 흔들어서 새 잎이 나오도록 수액을 끌어올리는
운동을 돕는 것이다. 내 친구중에 꽃나무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필 때와 질 때가 너무 상반되어 싫다고 한다.
하지만 지저분하게 진다고 기피할 건 아니다. 어차피 인생도 그렇게 낙화하는게 아닌가?
영원한 이름다움이 존재하질 않는다. 그렇게 한 세상 흘러갔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단순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가지고 있던 것을 버려야 단순해지는 것 아닐까. 한 때는 책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당장 읽지 않은 책이라도 다음에 보겠다면서 쌓아 놓다 보니 집에 가장 큰 짐은 책이다.
이사할 때 조금씩 정리했는데도 아직도 적지 않다. 눈을 딱 감고 90%는 버릴 각오이다.
돈이나 권력, 명예는 물론이고 책이든 음반이든, 가구든, 그 무엇이든 과도한 집착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보지 않은 것, 그리고 현실적으로 볼 수도 없는 책을 끼고 있을 이유는 없다.
쓰지도 못할 만큼 돈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럼에도, 어떤 것에 집착하다 보면
점점 그것에 대한 욕망이 자라난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으로, 존재 이유로 착각하기 쉽다.
사람은 움켜쥐고 사는 것에 관심이 많고 익숙하다. 삶에서 움켜잡지 못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뒤쳐진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움켜잡지 못하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사람을 조급증 환자로 만들고,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무리수를 잉태하기도 한다. 너도 나도 움켜잡는 일상으로 바쁘다. 바람을 마주보고 맞으면
역풍(逆風)이지만 뒤로 돌아서서 맞으면 순풍(順風)이 된다. 움켜잡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순간
또 다른 것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내가 평생을 꿈꿔왔다고 믿었던 오늘,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들….
살다보면 그 모든 것들의 ‘진짜 모습’에 대한 고민이 불쑥 가슴을 파고드는 때가 있다.
가시 돋친 한마디에 마음을 베이는 날이면 마음은 한없이 작아지고 외로움까지 쏟아진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있다. 그럴 때마다 '지켜보는 가마솥은 더 늦게 끓는다'는
격언을 떠올린다. 아직은 실망하기에 이르다는 생각을 품는다.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한 개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젊은이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늙은이는 지름길을 안다. 나이를 먹고 보니 이제서야
겨우 눈을 뜨고 사물을 인식할 정도가 되었다. 내려놓아도 손해될 게 전혀없다.
내 시대는 끝났어도 그 다음세대, 그 다음세대가 자라고 있기에
최소한 욕심만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꼭 그리하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고흥 팔영산
전남 고흥군 영남면 금사리 산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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