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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쥘 수 없는 세월┃詩人이 보는 世上┃2024-06-23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6. 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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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차피 혼자 죽는다.

문제는 그 임종을 누구도 지켜주지 않고 죽음을 알지도 못하는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

주의 사자의 손에 이끌려 천당가는 사람이 혼사족인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만은

고독때문에 아무나 하고 교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약 친구들이 많다면,

그리고 날 도울 사람들이 몇명이라도 내 곁에 있었더라면 오히려 일을 기피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혼자이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노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아름답게 디자인해야겠다는 열정이 한 여름의 열기를 잠재울 수 있었다.

노인이 되어갈 때 아름다워야 한다. 뒤에 나선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빠르면 어서 좁은 길을

비켜서서 앞서가는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연륜이 묻어난 당부를 하는 것이 도리이다.

늙으면 애가 된다는 말도 있다. 결코 좋은 뜻은 아님에는 분명하다.

순수해진다는 좋은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순수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한 때는 생각이 많아 몹시 곤고하게 산 적이 있었다.

길거리에 앉아 왜 나만 거머리같은 상념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청승을 떠는지

내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분노도 용서도 사그러질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유흥준 전 문화재청장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보이나니 그때는 전과 같지 않으리라” 더불어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것, 예술의 반대는 추함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것. 그리고 믿음의 반대는

불신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것과 생명의 반대 또한 죽음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것,

무관심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죽기도 전에 이미 죽어 버리고, 생명력을 가져야할

모든 것들은 이미 사라지고 만다. 난 나에게 있어 그 종점은 언제나 가까스로 와 닿은

하나의 강기슭 같은 것이어서 거기에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절망감이나 후회 같은 것은

없어야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길 열망한다.

백 미터 경주에서 가진 힘을 다 해 뛴 사람이 4등을 했다고 해서 후회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요즘은 누구나 제각기 단거리 선수가 되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고들 있다. 산다는 것은 곧 뛰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어디에다 채찍을 가하고

무엇을 뉘우쳐야 한다는 말인가?

종점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무심코 주변을 휘둘러 보기도 하고 자기의 텅 빈 논을

허탈한 눈으로 내려다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왜 무엇을 위해서 뛰었던가.

회의에 빠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으니 장차 잃을 것도 없는

공백한 두 손, 이것은 어쩌면 자유를 의미한 것이며 이 세상 모두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은근히 시사해주는 의도가 아닐까. 나는 이런저런 일들에 관련은 없이 살고 있지만

훌쩍 두고 떠나는 연습을 하면서 살고 싶다. 불혹을 넘어선 한 대학교수가 강단을 떠나

생전 해보지 않은 사업을 한다며 동분서주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두 손을 털털 털고

눈을 감아버렸다. 나는 나의 미완성의 편지에 어미를 적어넣고 문장을 완성하면서

문득 그렇게 가버린 P교수를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모두 그렇게 무책임하게 이 세상을 떠나려니 생각하면 금세 가슴 구석이 저미어 옴을 감지한다.

한 무명의 수도승의 일기를 읽었다. "한 가지 작은 일에서 다른 한 가지 일로 몸과 마음을

회전시킬 때도 적잖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편력과 정학을 갈망하는 속성을 가진 수행자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끊임없이 체념하고 끊임없이 포기하는 생활의 연속 속에서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아주 떠나버리는 연습,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연습을, 빈손이 되는 연습을

조금씩 해 왔다"는 간결하면서도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산문이었다. 세상이 불안할 때

가진 것을 손에 움켜쥐느라고 안간힘 할 것이 아니라 두 손을 활짝 펴고 갈 것은 가라고,

놓아줄 수만 있다면 우리의 빈손에는 평화와 자유가 가득 담겨 질 수도 있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그러나 그 자유는 언제나 고독을 벗하며 적적함으로 동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월이 나를 퇴화시켜 나의 뒤편으로 빠르게 흘러 가버리는 것을

올해처럼 아프게 느낀 적은 일찍이 없을성 싶다.

그러나 어차피 움켜쥘 수 없는 것이 세월일 바에야 나는 두 손을 활짝 펴서 그것을 자유롭게

날려 보내 주리라. 과거로 뻗은 나의 희미한 발자국을 결코 뒤돌아보지 않아야겠다.

세월이 우리를 두고 거침없이 흘러가버리듯 우리도 멀지 않아 모든 것을 남겨두고

거침없이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무념의 곳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고 긴 잠을 자고싶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충남 논산 강경 옥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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