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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실(華而不實)┃詩人이 보는 世上┃2024-04-17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4. 1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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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다, 이름을 짓다, 농사를 짓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중요한 것에는 ‘만들다’가 아닌 ‘짓다’라는 동사를 써왔다.

만든다는 것과 짓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만드는 것은 기술만 있어도 할 수 있지만,

짓는 것은 정성이 없으면 할 수 없다. 먹고 자고 쉬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공간, 집.

언제부턴가 집은 성공을 드러내거나 재산을 늘리는 도구로써 크고 높게 ‘만드는’ 것이 되버렸다.

만든다와 짓는다는 언어 표현에 있어 비슷하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만든다'가 보이는 형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짓는다'는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이 들어간,

보이지 않는 간곡함이 내포되어 있다. 사람들의 생명과도 같은 밥을 두고 만든다고 말하지 않음도

이러한 의미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반찬은 만든다고 하지만 밥은 짓는다는 표현을 쓴다.

집 역시 만든다 하지 않고 짓는다 한다. 만드는 것과 짓는 것의 차이를 한동안 모르고 살았다.

두 단어의 정의를 내리느라 고민하다 나름 결론을 내렸다.

만든다는 것은 기술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것, 짓는다는 것은 정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

옷이나 집, 약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입고, 누군가가 살고, 누군가가 먹는가에 따라

짓는다는 말의 의미는 강화된다. 속도전을 치르는 현대사회에선 '만든다'란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옛 선조들의 말씀에는 짓는다는 표현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오래전부터 옷은 만든다는 단어보다 ‘짓다’라고 표현되어왔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브라더 재봉틀에 앉아 자식들 옷을 지어 입혔고 겨울이 되기 전

가족들 털옷을 만드느라 밤샘을 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밥도, 집도 모두 ‘짓는’ 대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무엇이든 잘 짓기 위해서는 공을 들여야 한다. 교회를 만든다?

최근 들어 교회 전문 컨설턴트들이 목회자와 장로간 갈등 해소,

교회 이전 및 성전건축 계획 수립, 교회학교 마스터 플랜 작성 등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과거 개교회 자체적으로 해결하던 이들 분야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회 컨설턴트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교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교회는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술로 만들어 지는게 아니고 목회학으로 성취되는게 아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이 있다.

겉은 화려하고 보기 좋으나 속은 별 볼 일 없다는 뜻으로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다.

이런 의미의 한자 고사성어는 화이부실(華而不實)인데

꽃 화(華)에 아니 불(不), 열매 실(實)자를 써서

꽃은 피었으나 열매가 없다는 뜻으로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실은 없다는 것을 말한다.

'화이부실'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데,

진(晉)나라 대부였던 양처보(陽處父)는 유명세를 탄 정치인이었는데,

그가 묵었던 주막주인이 그의 명성을 흠모하여 그를 따라나서게 된다.

그러나 양처보를 따라다녀 보니 이름만 유명했지 실제로는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여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유를 묻는 부인에게 그 주막집 주인은 “양처보라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 사이에 유명세를 탄 사람이지만, 실제로 같이 있어 보니 고집도 세고

남의 원망을 자주 사는 사람이라고,

화이부실이라고 생각하여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결국, 양처보는 제 명에 살지 못하고 죽게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름만 무성하고

실제로는 별 볼 일 없다는 뜻이다. 빛좋은 개살구는 사회 구석 구석에 산재되어 있다

물론 교회도 그 범주안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개신교회의 위기설’의 이유들은 많다.

교세의 감소, 교회학교 교육의 위축, 교회의 분열, 대형교회든 작은 교회이든 성직자들의 타락,

교회의 불법과 비리, 그 속에서도 끊임없는 교권추구의 이전투구 현상, 존경을 상실한 목사들,

권위만 앞세우는 당회, 세속주의 빠진 교인들 등등,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들은

‘이것이 교회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요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빛좋은 개살구들이 너무 많다. 모두가 너무 고단하게 사는 것 같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서대산에 핀 벗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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