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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공간┃詩人이 보는 世上┃2024-04-05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4. 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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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속담에 보면 "사람에게는 반드시 피해 가야 할 세 가지가 있는데

"낯선 개, 홍수,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낯선개를 만나면 두렵고, 홍수도 공포의 대상이다.

그중에 가장 치명적인 건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는게 가장 위험한 일이다.

낯선개에게 물리는 것이나 홍수에 휩쓸려도 큰 일이지만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사람을 곁에 두면 필연적으로 망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인내라면 둘째 가라면 서운해 할 정도로 참을성이 강하지만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사람에겐 단호한 편이다.

우선은 내가 감당하지 못할 거란 막연한 두려움때문이고 관뚜껑을 덮을 때까지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기우때문에 한번 아니라고 느껴지면

철저하게 잊혀진 존재로 망각의 세계로 던져 버린다.

내가 깨달은 많은 것중에 잡초는 인생 최고의 스승이었다.

가뭄과 같은 역경에 농작물들은 쉽게 죽어나갔지만 잡초들은 달랐다.

질경이는 다른 식물이 살아가지 못하는 길바닥을 서식지로 삼고도 생명을 유지한다.

개망초, 민들레, 달맞이꽃, 곰보배추 등은 몸을 낮추고 겨울을 이겨낸다.

나 역시 혹한속에서도 이젠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생각은 깊어졌고 하찮은 풀 한포기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너른 정원과 텃밭, 그리고 넓은 거실과 房들을 놔두고 난 또다른 밀실을 꿈꾼다.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독특한 체질때문에 왁자지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만의 공간이 늘 필요했다. 누구에게도 아늑한 밀실이 주어지지 않는 이런 공간에서의

한 생애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럴 때 옛 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거짓 낭만에 빠질 위험이 상당하거니와,

그럼에도 그 옛날에는 다락방이 있었고 지하실이 있었고 동네에는 골목이 있고 공터가 있고

거기서 조금 벗어나면 야산이 있고 들판도 있었는데,

이젠 그 안팎 모두가 아파트의 신전이 되었으니,

어디 숨을 만한 방 하나 없는 처지 아닌가. 나는 번다한 회합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그게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 나름대로 지켜온 일상의 작은 원칙,이었다

요즘 화두가 힐링이라고 했던가? 2024년의 키워드로 이 애틋한 단어를 꼽는 이가 많다.

치유 혹은 공감 그리고 힐링. 이러한 단어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반도의 삶이

너무 벅차고 너무 처절하고 너무 야박하고 너무 비인간적인, 그야말로 어떤 이유로든

집단 멘붕(멘탈붕괴)과 집단 힐링이 교차하는 그런 양상임을 말해준다.

그래서 현대인들에겐 가파른 언덕을 허덕대며 따라가는 양상에서 잠시 갓길로 빠져서

책도 읽고 소요도 하고 빈둥거리기도 하는, 그런 곳이 필요하다.

이 세상엔 바닷가 모래알을 손에 쥘 수 있는 천재는 아무도 없다.

다 가진 것 같아도 결국은 손가락 틈새로 다 빠져 나가고 여전히 빈손이 될뿐이다.

세상의 모든 인연이란게 다 그렇다.

내 것이란게 존재할 수도 욕심껏 다 가질 수도 없는 부질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더 많이 가지려고 혈안이 된다.

이삭이 나이 많아 임종을 앞두고 자식들을 축복할 때 이게 '에서'인지 '야곱'인지

분간을 못하고 더듬거렸듯, 나 역시도 감각도 떨어지고 감촉도 예전만 못하다.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토마스 칼라일은 각고의 노력으로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프랑스 혁명사>의 원고를 탈고하고

친구인 밀에게 검토를 부탁했다. 그런데 한 달 뒤, 밀의 하녀가 쓸모없는 종이뭉치인 줄 알고

태워 버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충격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칼라일은

어느 날 벽돌공이 벽돌을 한 장씩 쌓아 벽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생각했다.

'그래, 나도 벽돌공이 한 장 한 장 쌓은 것처럼 그렇게 한 페이지식 다시 써 내려가자.'

그는 그렇게 초고를 거의 완벽하게 재생시켰고, 어떤 대목은 처음보다 훨씬 더 잘 되었다

. 그리고 역사에 빛나는 작품이 되었다. 그 후 그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걸림돌이라고 말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나는 누가 등떠미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현상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선택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너무 지루한 시간이다.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고요와 침묵 속에서 생각은 한없이 자유로워지고

늦은 밤 정원을 바라 보노라면 자연 위에 존재하는 모든 신비로 가득 차 있슴을 발견하게 된다.

아침을 기다리는 적막 속에서 생각은 쉬지 않고 밤하늘 높이 떠다닌다.

나는 이 밤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나의 생각이 악한 것에 머물지 않게 하시려고,

밤이면 하루 동안의 나의 미숙함을 그분의 이름으로 반성하게 해 주시는 분.

사랑하는 그 분에게로 향하는 묵상 속에서 밤의 아름다움은 절정을 이룬다.

하루종일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만 보았지만 내일이면 화려한 봄날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화엄사 흑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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