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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詩人이 보는 世上┃2024-03-03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3. 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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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봄이 이리 처절한가.

땅속에서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 깨어 뛰어나온다는 경칩이 가깝지만

꽃샘추위가 찾아오고 한바탕 눈이 내리니 사람들의 동작이 둔화되고 만다.

겨울이 떠나기 싫은지 심술을 부리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뿐이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고 싶진 않다.

나에겐 매일 매일이 '잔인한 달'이지만 희망의 봄은 안주(安住)의 겨울잠에서 나를 깨운다.

러시아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은 수선화다.

노란색과 흰색의 수선화가 농부들의 텃밭인 시커먼 땅에서 말 그대로 아주 수줍어하며

부끄러운지 약간 고개를 외로 돌리고 고개를 내민다.

그 때가 4월 쯤이다. 날씨는 아직도 쌀쌀하고 쌩쌩한데 삐죽이 고개를 내민 자그마한 수선화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볼 때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바람을 잘 이겨내며 버티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시장이나 길거리에 머플러를 두른 뚱뚱한 할머니들이 수선화를 가지고 팔러 나온다.

많이 가지고 나오는 것도 아니다. 바구니에 담아서 적당하게 가지고 나오면 금세 동이 나 버린다.

러시아 사람들은 의외로 꽃 문화가 있을 정도로 꽃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남의 집에 갈 때 꼭 꽃을 사들고 갈 정도로 꽃 문화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이 된 나라다.

학교 입학식 때도, 시험을 보고도, 졸업식을 할 때도 꽃은 필수다.

이러니 봄이 오자마자 자기네 텃밭에서 나오는 수선화는 반갑고 정겨울 것이다.

동토의 땅에 있었을 때가 '씨'는 따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부턴 생명을 키우기 위해 모진 비바람을 견디어야 한다.

아직 물러가지 않은 꽃샘 추위와도 한판 투쟁해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봄이 잔인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걸어온 지난 나날들과 앞으로 남은 시간을 생각해 보는 순간이 많다.

나에게 남은 시간들은 안락하고 편한 것만이 아니다. 지금부터가 잔인한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지난 날들이 나에겐 꽃피는 봄날이었을 것이다.

옛날에는 60세가 되면 시골에서 회갑잔치를 크게 열었다.

그 나이가 되기까지 사는 사람들이 적어서 50대도 노인 행세를 했었다.

그러나 한국인의 생활이 비교적 안정을 찾은 1960, 70년대부터 평균수명이 차츰 늘어나

이제 한국 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80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한다.

천재지변이나 역병이 없는 한 유가(儒家) 5복(福) 중에서도 제일로 꼽히는 ‘장수’(長壽)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많은 노인들이 어찌하여 앙앙불락(怏怏不樂)의

괴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가?

‘헬(hell)조선’은 희망이 전혀 없는 지옥 같은 한국 사회를 일컫는 신조어다.

헬조선에서는 많은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친구도 이웃도 없이 하루종일 집을 지키며 백년넘게 사는게 정말 복인가?

본인은 모르겠지만 방을 지나치다 보면 노인 냄세가 진동한다.

자꾸 헛소리를 하니 보다못한 며느리의 신경질적인 앙칼진 목소리가 하루도 떠날 날이 없고

이로인해 부부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제3자 입장에서 보니 장수하는게 꼭 복은 아닌 것같아

씁쓰레한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그 나이까지 살게 된다면 그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나이를 먹어도 자식들과 가능하면 멀리 살려고 작정했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

출처: https://newsky1515.tistory.com/3380 [인생은 바람이다: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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