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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효(反哺之孝)의 새 “까마귀┃詩人이 보는 世上┃2023-12-16

2023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3. 12. 1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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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곳 들녘엔 진객이 찾아 들었다.

우리는 흔히 까치가 이로운 새이고 까마귀는 흉조라는 잘못된 정보 인식때문에 싫어하지만

해충을 잡아먹는 새로 사람에게 더없이 필요한 익조이다.

텃새라고 생각했던 까마귀가 철새라는 사실을 안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까마귀는 새 중 유일하게 늙은 부모를 섬기는 효심 깊은 새이다.

자식이 성장한 뒤 어버이께서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한다는 효심(孝心)을 나타내는 사자성어인

반포지효(反哺之孝)는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사냥할 힘이 없어진

늙은 부모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만큼 까마귀는 효성이 지극한 새이고, 무리 내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 나이 든 까마귀를

공경하는 습성을 갖고 있는 새이기도 하다. 물론 지구상에 존재하는 100여종의 까마귀 중

몇몇 종은 남의 둥지를 강탈하는 것으로 악명 높으며 또다른 종들은 농작물을 해치기도 하나,

대부분 많은 해충을 잡아먹고 부식자(腐食者)로서 생활하기 때문에 이로운 새이다.

생김새가 까맣고 거칠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대부분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기에

일반 사람들이 혐오감(嫌惡感)을 느끼는 건 별 수 없지만 세상 만사가 생김새만을 가지고

다 평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은 허우대는 멀쩡한 데 말짱 도루묵인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겉치레는 산적같은 데 참 신사적인 사람이 있다. 외모지상주의가 대세이긴 하지만

사람중엔 속다르고 겉다른 사람이 얼마던지 있는 현실이고 보면 굳이 까마귀가 검다고

속까지 검을거라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까마귀는 죽음을 예고하는 새라는 것도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 속설일뿐 송장을 파먹는다던지 하는 이야기는 근거없는 이야기다.

고구려 고분벽화 전시회를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왜 고구려 벽화속의 태양에는 세 발 달린 검정 새가 그려져 있을까?

하는 의문을 한번쯤 가졌을 법하다. 더구나 그 새가 하필이면 까마귀일까?

고대에는 여러 민족이 까마귀를 길조로 여겼으니, 우리 선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까마귀는 알타이 지방, 바빌론, 유럽, 중국, 일본, 그리고 성경에까지 등장하며,

세계 각지의 설화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발이 셋 달린 까마귀는 고구려 벽화 외에는 어디에도 없다.

우선, 삼족오는 동이족의 특징인 난생설화(卵生說話)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리고 단군조선 이후 북부여와 고구려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오우관(烏羽冠)이라 하여

까마귀 깃털로 만든 관을 썼다. 그만큼 까마귀는 우리 민족과 관련이 깊은 새였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동물의 세계는 장성하면 부모를 떠나거나 남남으로 돌아가는 반면

까마귀는 죽는 날까지 부모를 봉양하는 반포지효의 익조로 요즘 부모를 버리는 세대에

귀감이 될만한 새이다. 성경에도 "자식은 전통에 가득한 살"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과녘을 향해 힘껏 당겨 멀리 날아가도록 쏘아주면 된다. 어떤 부모라도 자식들이 힘겨워 하는 걸

마냥 강요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고,

가능하면 손주들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람마다 정황은 다르지만 가능하면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짐이되는 건 하지 말아야되고,

자식들도 부모에 대한 공양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집 상공에 가득한 까마귀떼는

아무런 염려와 걱정이 없어 보였다. 조금 있으면 어데론가 모두 사라지겠지만

늙은 부모를 모시고 구만리를 날아 또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난 요즘들어 부모님이 곁에 오래 계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다. 살아 생전에는 잘 몰랐지만 세상을 떠나시니

그 자리가 얼마나 큰 자리였는지  얼마전 부모님을 떠나보낸 친구를 보면서

그리움이 커가는 걸 느끼고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사흘동안 비가 내렸다. 겨울 장마란 소릴 들어보질 못했는데

마당이 흔건할 정도로 물이 가득하고 인근 개울다리가 물에 잠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많던 까마귀들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비를 피해 동굴로 피신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아직 이파리를 떨구지 않은 나무 가지에서 비를 피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날은 먹이 구하기가 힘들텐데 '비축'이란 말을 모르는 동물의 세계에선

잠시 내리는 비는 몰라도 3일씩 내리면 안된다. 아무리 효심이 있는 까마귀라고 해도

사흘씩 굶으면 부모를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가 소강 상태를 보여

내일쯤이면 다시 왕성하게 활동할 까마귀를 기다려 본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강경평야

충남 논산군 강경읍 

출처: https://newsky1515.tistory.com/3306?category=1059967 [인생은 바람이다: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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