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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 정진┃詩人이 보는 世上┃2023-12-17

2023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3. 12. 1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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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예배를 드리고 반려견을 데리고 대청호 트래킹에 나섰다

수목들은 한겨울 채비하느라 잎들을 떨구고, 한파에도 늠름한 자태로 묵언 정진에 여념이 없는데

유독 나만 엄살이 심한 것 같아 씀쓰레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목이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고 있는 것 같아 내 자신에게 숙연해지라고 최면을 건다.

수목들이 잎을 훌훌 떨어버리는 것은 최소한의 생명력을 유지한 채 동면에 드는 것이다.

나목은 단순히 잠자는 것이 아니다.

나목은 내면의 고뇌를 승화시켜 새로운 봄을 열기 위한 설계 작업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는 직접적으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있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 의지로써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삶은 아주 단순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힘써 행하고, 할 수 없는 것들은 애써 붙잡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별로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할 수 없는 것들,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욕심내고 집착하면서

어떻게든 바꾸어 보려고 애쓰는데서 시작된다.

이 세상엔 바닷가 모래알을 손에 쥘 수 있는 천재는 아무도 없다.

다 가진 것 같아도 결국은 손가락 틈새로 다 빠져 나가고 여전히 빈손이 될뿐이다.

세상의 모든 인연이란게 다 그렇다.

내 것이란게 존재할 수도 욕심껏 다 가질 수도 없는 부질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더 많이 가지려고 혈안이 된다. 혼자라서 외로운게 아니다.

욕심이 많기 때문에 외로워진다. 나를 너무 사랑하기에 외로워진다.

때론, 외롭단 생각이 들 때 나는 나를 너무 사랑했었는가 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아파했고 더 괴로워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의 평정을 찾고 열심히 내 갈 길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말이다.

언젠가 부터 차차 두려움과 외로움이 걷혀가면서 생각지 못한 '고독'의 속살을 보게 되었다.

옆에서 종알대는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나무에서 수액을 빨아 올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끌벅적한 자연을 발견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혼자 돌아 다니면 심심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난 정반대이다.

'burdensome'은 짐이된다는 의미인데 내가 남에게 짐이되는 것도 싫지만

남의 짐을 떠안는 것을 감당하기가 어렵기에 혼자이기를 자처했다. 처음이 문제이지

자신을 어느정도 정리하면 약간이나마 평온스런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 역시 무수한 날동안 '왜?'라는 의문의 부호를 가지고 씨름해야 했었다.

내 주변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었다. 이용 가치가 있어서인지

아님 재미있어서인지 한땐 단 몇시간도 혼자있는 시간이 없었다.

고독을 극복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지난날들의 일들이 생각날 때마다 도리질을 했다.

대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잦아졌다. 고독은 에스프레소(espresso)와 같다.

쓰디 쓴 달콤함처럼, 처음에는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매혹되는 최상의 향기다.

그리고 우리가 의미없는 방황을 멈추고 에스프레소를 즐기듯 고독 속으로 침잠(沈潛)하는

기술을 익혀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 겨울밤이 깊어 간다.

밖은 차가운 바람이 기승을 부리지만 원적외선 난로를 가까히 끌어 앉고 있는한

사색하거나 자신의 세계에 깊이 몰입함으로 견디어 낼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이 밤도 할렐루야 만사형통이다. 오히려 약간 춥다는 기분이 들어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흥분을 진정시킬 수 있다.

겨울밤은 그런 점에서 짧지 않은게 다행이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대청호 트레킹

출처: https://newsky1515.tistory.com/3299 [인생은 바람이다: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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