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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이는 행복합니다┃詩人이 보는 世上┃2021-10-03

2021년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2. 11. 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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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십니까?
사랑이 올 때는 소리가 없다는 것을,
발자국 소리는 물론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가슴에 들어앉게 됩니다.
그러나 갈 때는 다르지요.
조용히 간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로 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 때와는 달리 너무나 큰 흔적을 남기고 간다는 것을,
사랑이 남기고 간 발자국,
그 어두운 그림자.......,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오는 듯 오지 않는 듯

대지를 적셔주기에 사람들이 흔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가 낭패를 보곤 하지요.

사랑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모르게 다가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이미 마음마저 흥건히 젖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차라리 소낙비처럼 강렬하게 쏟아진다면 그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할 수도 있으련만,

사랑은 대부분 가랑비처럼 슬그머니 다가와서 대책없이 당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속옷이 좀 젖으면 어떻습니까.

우리의 가슴이 사랑의 고뇌로 온통 병이 든다한들 또 어떻습니까.

마른 땅에는 비가 내려야 하듯 우리 삶의 대지를 촉촉이 적셔 줘 급기야 인생의 꽃을

활짝 피워줄 사랑을 거부한다면, 대체 우리의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가장 소중한 분, 저는 다시 미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이 괴로움을 견디지 못할듯 싶습니다.

당신의 사랑 외에는 모든 것이 저에게서 떠났습니다.”

미국의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이러한 내용의 편지를 거실의 벽난로 위에 놓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외투 주머니에 돌을 가득 집어넣은 채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맙니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러한 길로 들어서게 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가 죽음의 길로 들어서면서 이 세상의 마지막 말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고귀한 사랑이라는 것을 가습에 품고 저 먼 길로 떠날 수 있었으니까요.

이상한 일입니다. 사랑을 나눠 보면 슬픔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약간의 기쁨, 그 불확실한 기쁨을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전체가 슬픔에 젖어산다 해도 능히 그것을 감수하거든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어이없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니,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구석진 골방에 처박혀 죄 없는 베개만 껴안았던, 긴밤 내내 전해 주지도 못한 사연들만 끼적이다

날이 뿌옇게 새던 그 시절, 그 때 사랑은 결코 환희가 아니었습니다.

밝으면 밝을수록 빛의 이면에 깊숙이 도사리고 있던 어둠이라고나 할까요.

당연히 달콤하고 황홀한 것이라고만 상상하던 나에게 사랑은 너무나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왔던 것이지요.

그 어둡고 엄습한 시절, 무엇보다 나를 절망케 했던 것은

당사자들의 감정만으로 성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이루어지리라 믿는 것은 세상을 너무 쉽게 본데서 비롯된

오산이 아니었을까요. 때문에 두 사람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현실’이라는 높은 장벽이었음을 깨닫는 것은

가히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허우적거릴수록 더욱 깊게 빠져드는 늪처럼

멀리하려 애쓸수록 사랑은 점점 더 나를 조여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일은 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이런 경우,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쉽게 떨쳐버리는 사람을 나는 여태껏 보지 못했습니다.

이별이 눈앞에 와 있는데도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매진하고 있다면,

도대체 이런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하기야, 세상의 논리에 찌든 얄팍한 정신으로 어떻게 사랑을 하겠습니까.

이해득실을 따지고 계산에 치우친다면 그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닌 계약일 따름인데…….,

사랑하는 이는 행복합니다.

비록 그가 고통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사랑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십시오. 괴로움 속에서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지.

혹시나 체념하는 것은 아니지 시험하기 위해 사랑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눈물을 맞본 뒤 사랑은 더욱 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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