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외모는 많이 상한 모양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 늙은이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나는 아직 늙어 보이질 않았다. 오늘 늙어 보이기는 처음이지만 번지점프와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두려워할게 무언가?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가보려고 마음먹었다.
'늙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늙기는 쉬워도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라고 하였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노인은 늙을수록 외형은 초라해지고 육신은 나약해진다.
무심한 세월 따라 속절없이 늙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주름 잡힌 표정에서 연륜이 쌓인 고령자만의 기품을
뿜어낼 수 있다. 고목에 핀 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미국의 역대 가장 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로 손꼽히는 엘레나 루스벨트는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 작품"이라고 하였다.
가을날의 단풍처럼 곱게 물들어가는 사람을 보면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반면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노인들의 행동을 볼 때마다 나는 절대로
"나는 절대로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한다.
나이 50을 넘어서면서부터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관하여 자주 생각했다.
오래 전부터 내 꿈은 사역에서 은퇴하면 공기 좋은 산골 마을을 찾아 텃발을 일구면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아주 소박한 꿈이지만, 직접 부딪혀 보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노후자금이리라. 글은 꾸준히 쓰겠지만, 그 글이 돈이 될 가능성은 제로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삶은 한 편의 연극이고,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주인공의 연기력에 따라 연극이 무척 재밌거나
아니면 한없이 시시해진다. 누군가가 말했다. 연극의 1막과 2막 사이에 깜깜한 밤이 있는 이유는
옷을 갈아입으라는 뜻이라고. 옷도 산뜻하게 갈아입고 생각도 새롭게 하면 유의미한 일이 생길 것으로 믿고 있다.
아무튼, 인생 1막은 먹고 사느라 얽매였으니, 인생 2막은 자유로운 프리랜서로 살 것이다.
더이상 방황은 없을 거라고 마음속에 다짐하면서 집시처럼 살지않으려 노력중이다.
수천 년 동안 나라를 잃고 방랑하던 '유대 민족'과 '집시 민족'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생물학적인 생명은 두 민족 모두 선조들을 계승했지만,
역사의 생명력을 보전했던 유대 민족은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집시 민족은 역사의 생명력을 상실해 여러 나라에 흩어져 그 나라의 일부분이 되었지만,
문화적 이질감을 이유로 천대를 받고 살고 있다.
그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니던가?
나에게 아직까지 꿈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 다행이다
양귀비꽃카페에서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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