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까지 스페인령으로 스페인이 통치하고 있었던 지브랄탈 해역에는,
라틴어 세 글자로 된 작은 표지판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네블루스 울트라 네블루스 울트라"로 영어로 번역하면
'노 모어 비얀더(NO MORE BEYOND)'이다. "이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이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구는 평평하여 끝이 있다고
생각한 것일거다. 그 당시 스페인 사람들과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바로 그곳이
지구의 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곳이 지구의 끝이 아니라고 용감하게 넘어간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곳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들의 생각대로 그들의 앞엔 참담한 벼랑만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는 신대륙 아메리카가 있었다. 그래서 그 후 사람들은 그 표지판을 바꾸었는데,
사람들은 첫 글자 "노우" 라는 단어를 떼어 내고 'MORE BEYOND'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 한 단어가 빠지니까 이제는 "저 건너편에는 많은 것이 있다!"
놀라운 것이 있다는 간판으로 바뀐 것이다. 만약 우리네 인생이 적당히 살다가
죽는 걸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그 인생이야말로 가장 처참할지도 모른다.
"저 건너편에는 아무 것도 없다"가 아니라 "많은 것이 있다!"고 믿는다면
인생은 달라지게 된다. 사후는 분명히 존재한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람은
결정적으로 인생을 잘못 사는 사람들이다.
성경엔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히 9:27)" "저희는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마 25:46)"라고
말씀하고 있다. 인간은 최소한 이 문제만큼은 해결하고 살아야 한다.
"이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람은 너무 무책임하다. 설령 아무 것도 없다 해도
전혀 손해될게 없다. 하지만 만약 사후가 있다면 어쩔셈인가?
내세가 없다는 사람들의 눈에는 전의(戰意)만 가득하다. 왜 이리 전투적인지 모르겠다.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리 고고한 의식과 삶을 산다하여도
죽음 앞에 절망할 수밖에 없다. 키에르케고르는 현대인을 가리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라고 했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실향민이라고 했는데, 돌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겐 황천(黃泉)가는 길이 끔찍할 것이다. 본향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쌍한 인간이다.
본향이 없으니 시류를 따라 갈팡질팡하며 살게 된다. 요즘 우리 정치판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오늘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의 집합체처럼 보인다.
나는 목사님으로 부터 '주님이 해결하실 거다, 주님께 맡겨라, 주님이 값아주실게다'
등등의 말에 반항할 때가 많았다. 힘없는 자들의 나약한 변명 정도로 생각할 때가 많았다.
더욱 본회퍼를 알고 부턴 '미친 운전자를 끌어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고착되기도 했다.
히틀러 암살 모의로 체포돼 옥에서 숨진 독일의 행동하는 신학자,
<디트리히 본 회퍼 목사의 옥중서신> 중 "미친 운전자가 인도로 차를 몰아
사람들이 죽어갈 때는 그 미친 운전자를 먼저 끌어내려야 한다"며 전쟁방지와
평화를 위한 세계교회회의를 주창하고 이어 히틀러 암살 모의에 뛰어들었다가
1945년 4월 처형되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본 회퍼는 독일 개신교회가 물질과
세속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연명하는 것을 통렬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값싼 은혜는 교회의 원수다. 떨이로 팔아버린 싸구려상품이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예수와 함께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 십자가를 지고
이웃을 봐야 진정 값진 은혜를 누릴 수 있다." 주님께 모든걸 맡기고,
주님께서 해결해주실 거란 믿음으로 살다가신 분들을 폄훼하는 건 아니지만
젊은 시절 '행동하는 양심'이란 책에서 부터 함석헌선생의 문헌을 서재에 꼿아놓고
투쟁적 삶을 살지도 못하면서도 폼을 잡고 살았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잘나서 세상을 산게 아니라
주님의 은혜가 아닌게 없다는 걸 느끼면서 기도가 더 간절해 진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부여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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