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자족(自足)하는 삶이야말로 진정 멋스롭고 여유로운 삶일 것이다.
내가 지금껏 그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해 끝없는 방황속에서 살았는지 모른다.
조선조 세종 때 유관이라는 정승이 있었다.
그는 정승이라는 막강한 권력의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울타리도 없는 오두막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청렴결백하고 낙천적이었던 유관은 언제나 평안한 표정을 지으며
누구보다 기쁘게 살았는 데, 비가 오던 어느 날, 방안까지 빗물이 새어 들어오자
유관은 삿갓을 쓰고 앉아 비를 피한다. 그러면서 걱정하고 있는 부인에게 여유 있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삿갓이 없는 사람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진정한 삶의 멋은 여유로움에 있다. 여유로움은 물질의 풍요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여유는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는 과연 여유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득병하였으나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고 겨우 빠져 나왔기에
약간은 여유(餘裕)롭게 살고 싶지만 아직 여유만만하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삿갓 하나 보다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에게는 아직 삿갓없는 사람을 걱정해주는 여유가 없다. 여유는 품격의 조건이며.
인내는 품격의 형성 과정이며, 인성은 품격의 결과다. 인생은 여유로 풀어가는 품격의 게임이다.
여유와 품격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욕망의 광장은 거칠고 흉하고 사납다.
여유와 품격이 없으면 실수가 잦고 견고하지 못하며 남에게 피해를 준다.
여유와 품격은 내실과 평온을 만드는 생필품이다. 다투지 않고 갈등을 조율하는 것은
생활의 품격이고, 버리면서 새로워지는 것은 정신의 품격이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게 최고의 품격이며 속이고 화를 내는 것은 최악의 품격이다.
삶은 서두르고 욕심을 낼수록 손해를 보는 사업이다. 한 박자 쉬어서 실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걱정과 근심을 버려서 견고한 내공을 쌓으며, 때로는 곡선으로 돌아가는
여유로 삶의 진미를 찾는게 현명한 길이다.
그러기에 너무 촐랑대며 살진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지리산 노고단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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