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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만화(千變萬化)┃詩人이 보는 世上┃2024-10-09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10. 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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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삶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듯

위대한 역사와 문화는 오랜 시간의 흔적들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전에는 대충 대충 넘어 갔던 것들이지만 근래는 작은 풀잎 하나를 보면서도

철학적 명제로 접근한다. 사색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혼잡한 도심보다는 사유하는 공간에

머무르길 좋아한다. 비행운(Condensation Trail)을 남기며 사라지는 비행기를 바라 보며

내가 남겨야 할 흔적을 떠올린다. 그리고 최소한 고쳐야 할 몇가지의 것들을 끄집어 내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세월이란 천변만화(千變萬化)하기에 모든게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아 있어 내 스스로 대화를 이어 갈 자신이 없기에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고립을 자초한다. 세월이 흘러 모습이 변해서라기보다 자신의 기억이 퇴색했기 때문이리라.

가을 바람이 부니 내 가슴은 더욱 서걱인다. 나는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보다

때로는 여백으로, 때로는 실루엣(silhouette)으로 남겨 놓는 일이 많다.

그렇게 싱그럽기만 했던 지난 여름의 초록색이 퇴색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면 서글퍼진다.

나무에게 가을은 자기와 작별하는 시절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봄날의 연둣빛 유년에서

여름날의 초록빛 청춘까지 무성했던 푸른 잎들은 일제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자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하나둘 나무를 떠난다.

어떤 나뭇잎들은 부모 마음 아플까봐 부러 환하게 웃으며 입영하는 아들처럼 노랗게 물들고,

충혈된 눈처럼 붉어진 잎들은 간절한 사랑의 고백 같은 마지막 뜨거운 포옹으로

제 나무를 한껏 끌어안는다. 그렇게 저마다 노랗게 빨갛게 단풍 들어 나무를 떠나기 직전인 때가

나무에게는 절정의 시간이다. 나무를 떠나는 순간 나뭇잎은 낙엽이 된다.

그러나 낙엽은 멀리 떠나지 못하고 자기 나뭇가지 범위 안의 바닥에서 뒤척이며 잠든다.

나도 모든걸 떠나려 하지만 항상 그 언저리에 머문다. 지난 일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친다.

비록 내 의지대로 이어진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들 속에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었나를 생각해 본다.

비행기 꼬리에서 비행운(Condensation Trail)이 깨끗한 겨울 하늘을 어지럽히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함인가? 내 발걸음이 머무는 곳마다 흔적이 남을 것이다.

젊은날은 철없어 그랬다 치고 남은 시간만이라도 아름다운 흔적을 남겨야겠다.

바울사도는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흔적은 스티그마, 동물의 몸에 소유를 알리는 불도장의 표식을 말하는데

평생을 사목의 현장에 있었어도 예수의 흔적이 희미하거나 아예 없다면

그거야말로 생을 잘못 산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괴롭고 아프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감악산 추경

경남 거창군 신원면 과정리 8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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