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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詩人이 보는 世上┃2024-03-23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3. 2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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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 중 누가 더 행복했을까?  돼지는 여전히 현재형이고,

소크라테스는 이미 과거형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세상을 우리는 살고있다.

뜬금없는 이 명제는 인간 삶의 근원적인 물음이다. 우리는 흔히 ‘비록 배는 고팠지만

그때가 행복했어’라는 말들을 곧잘 한다.

이것은 개발의 시대 이전을 산 분들의 체험에서 나온 말이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은 자유, 이상, 물질을 능가하는 수많은 가치들의

중요성과도 상통한다. 그렇지만 작금의 현실은 오직 물질에 순응할 것을 무차별적으로 강요한다.

이 시대를 ‘사유와 성찰이 사라진 시대’로 규정한다. 거대 담론이 아닐지라도,

거창한 사유가 아닐지라도 정신이 물질을 규정하고 지배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희망을 찾기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설레는 것도 없고'

'뭐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라는 표현이 잦아지고,

주변에서도 자주 듣는 익숙한 표현이 됐다.

설렘이 사라지고 무덤덤하며 밋밋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무얼까 하고 생각해 본다.

마흔 이후 삼십 년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걷는 많은 남성들이 다시 회복해야 할

기억들이 있다면, 자신의 인생 가운데 설레이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마음과 생각에 거듭 떠올려 보지만, 자신의 인생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강력한 자극제의 효력을 잃은 지 오래다. 초라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꿈이나 희망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 남성들도 많다. 하지만 희망이 희망으로 확인되고, 꿈이라는 단어가

삶의 활력소가 되기 위해선 우선 내 앞에 있는 장애물로 인한 고민을 탈탈 털어버려야 한다.

그러고는 내가 맛보았던 설렘의 순간들을 기억해 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보면서 여행 다녀온 사진들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

가장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도 은퇴 후 ‘부부가 손잡고 여행이나 다니며 사는 것’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우리의 일상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공간을 여행하며 낭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약간의 낭만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도 낭만의 소멸에 일조했다.

언제 만나자는 약속과 약속 시간까지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휴대전화로 인한

가벼운 약속만 남았다. 휴대전화로 매순간 소통하며 약속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게 된

우리는 빌렘 플루서가 『디지털시대의 글쓰기』에서 말한 ‘기다림이라는

종교적인 카테고리’를 잃어버렸다. 편지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직접 손으로 정성스레 쓰던 편지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더 이상 우편배달부를 기다리지도 반기지도 않게 되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빼앗는다.

디지털이 보여주는 시각적 세계는 이미 실재보다 더 실재 같다.

이러한 과실재는 일상적인 환경이 되어버렸고,

인간의 감성과 인식에 광범위한 왜곡을 낳고 있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사자바위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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