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캘린더에 마지막 한 장만이 남았다.
그 마지막 남은 한 장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12월을 아름답게만 그린
시인은 거의 없다. /에밀리. 브론테/는
‘어두운 12월’이라 표현했다.
/키츠/는 또 '쓸쓸한 밤과 같은 12월‘이라 노래했다.
시인이 아니라도
12월은 누구의 마음에나 서글픔과 외로움을 안겨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애처로움마저 느낀다.
우리는 세모(歲暮)를 구슬프게 생각한다.
그리하여 ‘덧없이 시간이 흐른다’고 영탄(詠歎)하기도 한다.
그것뿐이랴
우리는 같은 말속에서도 인생의 유전성(流轉性)을 먼저 생각한다.
모든 것은 강물처럼 덧없이 흐른다.
거기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이렇게 예부터 우리는 생각해왔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작도 끝도 없다.
그저 흐를 뿐이다. 그리고 한번 흐른 것은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 어두운 12월이 이 갈색(褐色) 언덕에서 녹아서
봄의 물로 변한다......’ 이렇게 /브론테/는 노래했다.
그녀는 황량(荒凉)한 겨울속에서도 밝은
봄을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저 12월의 어두움만을 생각한다.
그러기에 더욱 저물어가는 한해의 마지막 달이 구성지게
느껴지는가 보다.
그러나 우리가 감상(感傷)에 젖어있는 동안에도 냉엄한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한해를 속아 산 우리도 또 다른해를 속아살 채비를 갖춰야한다.
전북 진안군 부귀면과 완주군 소양면을 잇는 고갯길 모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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