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 몽실몽실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소식에 발길을 고창 학원농장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유명한 ‘풍천장어’맛을 보았다. 풍천장어는 판소리 사설 중에 천하 일품요리로
그 유래가 자못 긴 먹껄이, 한번 맛볼 수 있을까 했는데 운이 좋은 것이다.
여느 장어보다 싱싱하고 힘이 좋아 기허(氣虛)한 사람은 기허한대로,
스태미나 넘치는 사람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일 양식으로 이름 높은 장어이다.
'메밀꽃'을 찾아
고창군 공읍면 선동리의 학원농장의 하얀 메밀꽃밭, 마치 흰 눈으로 뒤덮인 설원 같은 진풍경을 연출한다.
총20여만 평의 구릉지대에 조성된 이 농장은
진 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 진영 호씨가 대기업의 이사직을 그만두고
낙향해서 일군 관광농원이다. 메밀밭의 분위기는 어머니 젖무덤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구릉지대에 잡았다.
메밀밭과 하늘사이에 물결치듯 구불거리는 지평선이 유려하다.
메밀밭 한가운데 독야청청 서 있는 소나무도 그림자처럼 아름답다.
이런 풍경 속에 한나절쯤 소요하다보면, 꿈결인 듯 생시인 듯 한동안은 온몸이 나른해진다.
인간이 새하얀 꽃구름 위에 서 있으니 금방이라도 우화등선(羽化登仙)할 것 같다.
2005년도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 ‘웰컴 투 동막골’의 메밀밭 장면도 여기서 촬영되었다.
선운사 '꽃무릇'
선운사라고 하면 흔히들 동백꽃부터 떠올리게 마련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선운사동구’도,
19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가수 송창식이 불렀던 노래‘ 선운사’도
모두 선운사 동백꽃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읊조렸다.
실제로 동백꽃 만발한 선운사의 봄날은 눈부시도록 화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봄날의 동백꽃보다 초가을의 꽃무릇을 감상하기위해 선운사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아득한 옛날에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전해지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백로(白露.양력9월8일경) 무렵부터 피기 시작한 꽃은 9월25일을 전후로
절정을 이루고 꽃잎은 모두 떨구고 난 뒤에는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모진 겨울에도 파릇하던 꽃무릇의 잎은 이듬해 봄이 깊을 즈음 허망하게 시들어버린다.
꽃무릇은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무성할 때는 꽃이 피지 않는다.
한 몸이면서도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진한 그리움만 삭이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무릇을 ‘상사화(相思花)’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식 명칭은 ‘석산(石蒜)’ 이고 진짜 상사화는 따로 있다.
꽃무릇의 붉은 꽃은 요인의 입술을 닮은 꽃잎과 긴 속눈썹 같은 꽃술을 갖고 있다.
선운사 꽃무릇은 이 주(9월23일부터 29일까지)가 절정일 것 같다.
선운사 꽃무릇이 피면 천연기념물 송악이 있는 초입의 개울가에서부터
도솔암 마애불 주변의 숲에 이르기까지 수킬로미터에 걸쳐
붉은 띠가 드리워진다. 숲길을 산보하는 게 아니라 붉은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하다.
특히 선운사 앞쪽의 냇가와 부도밭 주변에 형성된 꽃무릇 군락은 마치 천상의 꽃밭처럼 몽환적이다.
잎과 꽃이 만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꽃무릇은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아 꽃을 피워 올린다.
그래서일까. 붉디붉은 꽃빛깔이 이름답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하다.
무리지어 핀 꽃무릇을 물끄러미 보노라면,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기 도하고 섬뜩한 전율마저 느껴진다.
꽃무릇에 흠뻑 빠진 사람들에게는 절구경은 뒷전이다.
그래도 선운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백제 위덕왕24년(577)에 창건된 선운사는
오늘날까지도 고찰다운 정취와 풍모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그래서 경내를 찬찬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난마처럼 얽혀 있던 심사가 가닥가닥 추슬러진다.
천년고찰 선운사를 품은 선운산(355m)은 어느 철에 찾아가도
풍광이 빼어나다. 숲이 울창하고 기암괴석이 많아서 옛날부터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린다.
더욱이 TV 드라마‘대장금’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용문굴을 비롯해 진흥굴, 도솔암, 낙조대, 천마봉,
장사송(천연기념물 제354호), 도솔암 마애불(보물 제1200호) 등의 절경과 볼거리가 무수히 많다.
등산로의 경사도 완만한 편이고, 산행코스도 짧아서 가족 산행지로 아주 그만이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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