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바위
명절(名節)은 고향이 생각 나는 날이다.
해마다 설날이 다가오면 어른이든 아이든 가슴은 늘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체는 시작되고 구간 곳곳은 차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고생을 마다하고 나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년에 최소한 두번은 고향을 찾는다.
추석과 설날 인데, 그곳에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고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아리는
어릴적 동무와 일가 친척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사방으로 흩어져있던 일가들이 다 모여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떡국을 먹으며 그동안 꼭꼭 묻어두었던 희노애락의 오고가는 정담으로
꼬박 밤을 세우기도 한다.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됨에도 사람들은 왜 고향(故鄕)을 가려고 할까?
그 곳에는 지난날 그립고 소중한 추억(追憶)들이 담겨져 있기에, 기다림과 만남을 통해
가족과 이웃의 동질감을 경험하는 장소가 되기에 열 길 마다하지 않고 가는 것이다.
그것은 고향을 향한 인간의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명절 풍속도가 조금은 변할지 모르지만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손에 손잡고,
집을 나서 고향 앞으로 나서는 일은 설레임과 기쁨, 행복의 여정이기에 지속될 것이라 여겨진다.
처절한 고독을 느낄수록 고향을 찾는 마음이 생긴다. 추석과 설 명절 때만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고향의 길과 들녁, 숲에서는 나 자신을 가식없이 드러내놓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는다.
고향은 왠지 나의 편이라는 믿음이 있다. 아무리 지체가 높은 사람도 어릴적 친구를 만나면
막말이 튀어 나오고 위선이나 가식이 없는 원색적인 용어들이 난무하며 객지 생활에서 잊혀졌던
사투리들이 동원된다. 명절은 일년중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날이다.
모두 거짓말에 열중이다.도시에서 변변지 못하게 살면서도 모두 출세한 사람으로 둔갑하는 날이다.
이웃집 할망구에게 뒤질새라 자식 자랑하기에 바쁘고,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얀 거짓말이
동원되는 날이다. 부모님들도 당장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부실한 몸이지만 건강을 자랑한다.
그러나 명절 연휴를 즐기는 세태도 달라지고 고향도 크게 변했다. 성묘를 하고 조상과 고향을 둘러보기
보다는 국내외로 여행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올 설날도 사상 최대의 인파가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빠져 나갔다. 9일 정도의 년휴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걸 탓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을 찾을 것이다. 고향도 다문화 가족과 고령화된 노인이 많아졌다. 이웃간의 인정과 인심도
예전과 같지 않다. 불과 10년 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최근 명절은 역귀성과 여행, 선물·
안부전화 등이 특징이다. 심지어 화상전화로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선물로 대신하면서 추석명절을 앞두고 배송전쟁이 벌어졌다. 택배·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명절기간 택배 물량은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역대 최대 물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설명절 연휴기간에 성형수술을 받느라 내려갈 시간이 없다고 한다. 이미 성형외과는 설날 10일전부터
예약이 완료될 정도로 성황이라 연휴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도시인들의 고향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명절 때 반드시 찾지 않아도 어려울 때 어김없이 생각나는게 부모와 고향이다.
향수는 본능과 같다. 고향이야말로 현대인이 필연적으로 가질수 밖에 없는 고독의 치유 공간이자
피난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촌은 현대인의 고통과 고독을 치유하는 고향으로 기능해야 한다.
도시화와 현대화를 맹목적으로 따르기 보다는 현대인의 위안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농촌은 더욱 더 자연친화적으로 개발하면서도 인심과 인정은 그대로 간직되도록 했으면 한다.
이것이 현대 문명사에서 고향이 가지는 의미를 더욱 가치있게 할 것이다.
예전같았으면 고향에 가기 위해 귀성 전쟁을 치루었겠지만 이젠 염려는 살아진 대신 부모님들이
모두 떠난 고향의 추억들이 더욱 가슴을 저미게 한다. 명절이면 아무리 없이 살아도 명절옷이라도 입히려
여러 남매에게 싸구려 옷이었지만 나이보다 한두치는 더 큰 옷을 사입혀주던 그 때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긴 연휴라 벌써 고향에 당도한 자식들이 많아졌다.
이번 설날은 평일과 주말, 임시공휴일까지 겹쳐 9일 연휴가 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이동하는 인구도
35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명절마다 천문학적인 사람들이 가족을 찾고,
차례와 성묘를 하는 것은 한민족이 예로부터 실천해온 미풍양속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특징 중에 하나가 전국이 도시화되고,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의 유대감이 엷어진게 사실이다.
따라서 명절이라도 마음을 푸근케 하는 가족, 친지들과의 만남은 그만큼 소중해진다.
만나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시피 한 일상을 벗어나 가족들과 서로 정을 주고 나누다 보면
훤한 마음이 넘쳐난다. 나는 서해바다를 좋아한다.
일출을 보러 동해를 찾는 사람보다는 이제 낙조를 보러 서해를 찾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올해도 일출대신 해넘이를 보려고 음력 섣달 그믐날 해저문 금강변을 찾으려 계획하고 있다.
유명 명소보다는 나만의 장소를 물색해 두었다. 두꺼운 외투에 오뎅 한그릇이면 충분하다.
해넘이를 보며 너무 쓸쓸해지지 않으려 한다.
나라가 어수선 할때 이지만 모두가 행복한 설 연휴가 되기를 바란다
-全政文 詩人의 ((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 중에서-
photo back ground-시루섬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산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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