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많은 눈이 내릴 거라는 예보가 내려졌다.
눈이 내리면 고립무원이 되는 이런 시골에선 불편한 건 말할 것도 없지만
방안에 갇히는 생활에 익숙지 않아 더 견디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외부적인 환경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나는 내 생전에 이런 날들이 몇번이나 더 있을까를 생각하며 추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내 생애에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즐기려 애를 쓰고 있다.
앞으로 나에게 이런 겨울이 얼마나 더 있을 것인가? 이런 긴 여름이 몇번이나 더 있을 것인가?
열번? 스무번? 그런 생각에 이르다 보면 어느 정도 외부적인 환경은 극복될 수 있다.
우리가 살다보면 곤혹스런 날들이 많지만 그 때마다 죽겠다고 한탄하면 자기 자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뿐이다. 힘들다고 엄살을 부리면 더 힘들게 된다. 살아가는데 부족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늘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게 된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하여 스스로 위로를 삼기도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실수의 연속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지난날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면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한 것도 비일비재하다. 후회막급이다.
할 수만 있다면 되돌아가고 싶다. 하얀 도화지 상태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다시 살아간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삶을 다시 산다고 해도 실수는 반복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내 자신이 먼저 알고 있다.
그게 내 한계점인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떄론 아파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게 한가로운 시골로 돌아오니 우선 마음이 평화롭다.
앞문을 열면 푸른 왕버들의 울창한 숲이 미소 짓고, 뒷문을 열면 소나무숲이 새근거린다.
귀향 결심을 내리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 번잡한 도회의 소음에 시달리면서도 문화인으로 자처한
지난 세월이 촌스럽게 느껴진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이 내 삶을 맑게 헹궈내는 것만으로도
귀향의 잔치는 화려하다. 내 모두를 버리면서 달려온 세월. 내 안에 거친 사막만 키워냈을 뿐이다.
무엇이 그리 소중하고 가치가 있기에 부여잡으려고 그렇게도 안간힘을 쏟았을까.
높은 집에 고운 옷 입으면 무었하며, 기름진 음식에 꽝꽝 소리질러본들 뭐하나?
여름날이 가면 그도 낙엽되어 나그네의 발에 밟히고 말 인생인 것을....
다소 부족하더라도 나누어 주고 사랑하며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그런 삶을 추구하지 못한
회한이 작열한다. 도를 닦는 사람들은 최상의 피서지는 내 안에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숨 쉬기조차 불편한 상태에서 내 안에서
최상의 피서지를 찾으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내 안에 피안의 장소가 형성되지 못하면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쉼의 장소는 찾을 수없다. 그래서 니체는 “인간은 행동을 약속할 수는 있으나
감정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간관계를 둘러싼 감정은 훨씬 더 변덕스럽다.
내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감정은 이성보다 더욱 집요하고 강력하다. 그것은 중대한 인간사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새벽에는 비가 내리더니 금방 눈으로 변해 쌓이기 시작한다.
설 명절날까지 내린다니 걱정이기는 하지만 교회에서 주신 힌떡이 있고, 잘 구운 김이 있어
비상식량은 해결되었기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길 생각이다.
다음주면 입춘이기에 마지막 겨울의 정취속에 머물 생각이다.
-全政文 詩人의 ((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 중에서-
photo back ground-부귀 메타세콰이어 길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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