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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회(忘年會)┃詩人이 보는 世上┃2024-12-29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12. 2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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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론 강가에서 눈물을 지으며 지난날을 추억했던 포로 시절의 이스라엘의 모습을

답습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날을 추억하며 슬픈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에 산다고 한다. 물론 추억이 아름답긴 하지만 모든걸 기억하고픈 건 아니다.

때로는 너무 힘든 시기도 있었고, 아픈 기억들이 존재한다.

근육질은 아니었어도 특전사 군대 시절의 앨범을 꺼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금은 근육대신 지방만 남아 깊게 패인 주름이 흉물스럽기만 하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추억에 잠기는 일이 자주 있다보니 나도 이제 늙어 가는가 보다.

나이를  먹었다는 건 들숨보다 날숨이 길어지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우주선이 엔진에서

연료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과정과 비슷하게, 우리 몸에서는 영양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에너지를 얻는다. 에너지를 얻는 데 필요한 산소는 들숨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다.

들숨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 산소는 혈액을 통해 조직 세포로 이동하여 영양소를 분해해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날숨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호흡이라고 한다.

그래서 날숨은 들숨보다 이산화탄소가 많고, 산소는 적게 포함되어 있다.

들숨과 날숨은 같은 길이여야 한다고 한다. 아마도 호흡의 길이는 비슷하겠지만 날숨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많아서가 아니다. 한숨 고뇌 실패에 대한 처절함 등으로

내 쉬는 숨엔 자신도 알지 못하는 탄식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예배를 마치고 곧장 산으로 

올라 왔다. 주께서 부르시면 언제든지 이 땅을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아가야 할 존재가 아니던가?

나에게 몇년이 남았는지를 알 수가 있다면 이렇게 아둥바둥하며 살지는 않을텐데 그 걸 비밀에

두셨으니 이렇게 하루 하루를 힘들게 살아 갈뿐이다. 커피 한잔을 들고 산위에서  서성이었다.

눈녹은 물을 스펀치처럼 빨아 들이는 걸로 보아 상당히 가물었던 모양이다.

겨울답지 않게 오늘은 춥지가 않았다. 성급하게 2024년 월력을 떼어내고 신년 달력을 붙혔더니

오늘이 28일인지, 29일인지 헷갈린다. 벌써 한 해가 저물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하다.

생성과 성장과 추수, 이 과정에서 겨울은 모든 것의 마무리, 마감이라는 느낌이 은연중에 잠재하고

있어서일까 상념이 길어진다. 나뿐만이 아니라 노인들은 노을 앞에서도 이내 축축하여 오듯이

삭막한 북풍이 몰아치는 긴 겨울의 회색 풍경을 바라보기 때문에 센티해지기 마련이다.

이제 2024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한해를 마무리 하자는데, 사양했다.

그럴 여유가 있지를 않다. 사회가 온통 망년회(忘年會) 분위기다. 도대체 뭘 잊자는 건지,

아니면 왜 망년회를 해야 하는지, 이미 그 의미와 목적은 한잔 술 속에 사라져 버리고 대부분

부어라 마셔라의 처절한 반복이 진행된다. 망년회(忘年會)...많은 사람들이 망년회를 통해

지난 한해의 안 좋은 사건들을 잊으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안 좋은 일들을 잊으려고

자리를 만들면서  힘들게 잊었던 일들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는 점이다.

힘들게 잊은 일 다시 꺼내놓고 잊으려 하니 더 힘들어진다.

오늘도 아파트에서 망년회를 한다고 방송하고 참석하라고 연락이 왔지만 가지 않았다.

도대체 망년회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의미도 다양하다.

단지 무언가 가시적이고 형식적인 이벤트가 없으면 한해를 헛살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하면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소신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술자리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이벤트를 즐기는 사람에겐 드물게 찾아오는,

정당함으로 포장된 자리다. 어느덧 망년회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 모이는 장소가 어디든, 모여서 무엇을 먹든 관계없이

그저 망년회라는 이름 하나로 훌륭한 핑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무주 설천대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설천면 만선로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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