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강한 것은 부러지기 쉽다┃詩人이 보는 世上┃2024-05-21

2024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4. 5. 21. 00:15

본문

 

 

21세기의 이별은 20세기의 이별만큼이나 아프지 않다고 한다.

연락처를 지우거나 멀리 떠나버리면 더 이상 연락할 길이 없던 20세기에는 이별이 더 아팠다.

그래서 90년대 가요의 가사는 유독 더 처절하고 뮤직비디오에는 오열하는 장면들이 가득했다.

헤어지면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던 시대였으니까 말이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란 노랫말이다.

'못견디게 그리워 검게 타버린'이란 말을 요즘 젊은 세대가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연인과 헤어져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근황을 알 수 있고

연락할 수 있는 장치들로 가득하다. 미련 같기도 집착 같기도 한 가늘고 긴 네트워크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혹자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가져다준 장밋빛 미래라고 하겠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이별의 감정을 체험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비극이다.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잊혀진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더 서글프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더 많이 걱정한다.

기억력의 감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뿐이다.

집을 나설 때 책상 앞에 있는 수북한 약봉지가 눈에 띈다.

눈에 안보이면 藥을 가지고 나가지 못할 때가 많아 꼭 책상앞에 두고 나갈 때마다

하루 분량을 가지고 나가는데, 이것도 종종 잊어버려 상비약을 복용하지

못할 때가 종종있다. 난 비즈니스할 때 다이어리가 필수품이었다. 일정도 많지만 약속시간 등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시간별로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다. 가능하면 약속을 안하려 한다.

약속하는 순간부터 나에게는 중압감이 되고

그 약속을 지키기까지는 스트레스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재료공학에 resilience라는 용어가 있다. 복원력이라고 한다.

충격이 가해져도 부러지지 않고 원래 형태로 되돌아오려는 힘을 말한다.

이게 요즘엔 심리·건축·방재·경영·조직 등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각각의 용도는 달라도 원상회복이라는 기본 개념은 같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낭창낭창한 버드나무 가지를 떠올리면 된다. 바람에 휘긴 해도 곧 제자리로 돌아온다.

딱딱하면 센 바람에 부러지기 쉽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경직된 의식과 체질은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충격에 약하다.

버들가지처럼 유연해야 충격을 흡수하고 신속히 원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동빙가절(凍氷可折)이란 말이 있다.

흐르는 물도 겨울철에 얼음이 되면 쉽게 부러진다는 뜻으로,

사람의 강유(剛柔)의 성질(性質)도 때에 따라서 달라짐을 이르는 말이다

흔히 성격은 바뀌어도 생각은 안바뀐다는 말이 있다.

젊었을때 잘나가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예리함이 줄고 부드러워지는 법이다.

부드러워지지 않으면 부러질 수도 있으니 이를 경계한 말인것 같다.

너무 강하기 때문에 부러질 수 있다.

쇠도 낫과 같이 약한 것은 휘어지지만 강철같이 강한 것은 부러진다.

강한 것은 부러지기 쉽다.

나는 이따금 누구한테나 고분고분한 예스맨 같은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를 치는 사람이 오히려 속으로는 우스운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군’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는 사람,

화가 나 있는지 기분이 좋은지 알기 어려운 사람, 이런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이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