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변을 찾았다.
낙엽도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채 스산한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라서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탐방을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봄철이면 꽃 향기에 취해 오히려 탐방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여름철이면 신록이 우거지고
땀이 흘러 내려 힘들고 지치기도 한다.
성당포구마을 입구에 다다르면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여행객을 반긴다.
조선시대 세곡(稅穀)을 관리하는 창고인 ‘성당창’이 있던 이 마을은
1990년 금강하구둑이 건설되면서부터 농촌체험 마을로 변신했다.
활쏘기와 인절미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고 펜션도 갖춰져 있다.
웅포대교 지척에는 곰이 앉아 물을 마시고 있는 모양을 닮았다는 곰나루(웅포)와
그 뒤로 웅포면 소재지가 자리한다. 공기가 따스하여 산책하기엔 그만한 날씨이다.
벤치에 앉아 깊은 상념에 잠겼다. 외로운 사람 몇이 비슷한 공간에 앉아있다.
재산은 있지만 외로운, 그런 노인이 되어 있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그의 이기심에 대해서
운명이 만들어낸 보복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알게 된다
(When we see him to be a lonely old man, in spite of his wealth,
we realize how condign was the retribution that fate have devised for his selfishness).
그러나 자기가 택한 외로움은 다르다. 아니 그 외로움을 이해해 줄 사람만 있다면 경우는 다르다.
삶의 매 순간은 외로움의 연속이다.
사람은 결국 혼자라는 말은 끔찍하고도 극단적이지만 수긍해야 할 현실이다.
외롭지 않겠다고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서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혹은 적다고 덜 외롭거나 혹은 더 외로워지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외로움을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했다면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을 찾아
고민하는 짓 따위는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겨울은 沈黙의 계절이다.
겨울은 사위가 조용해지는 계절이다.
모든 생물들은 활동을 잠간 멈추고 깊이 잠기는 시간인 듯 하다.
동물들은 살기위한 활동보다 이제는 쉬고 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겨울을 나기 위하여 동면은 물론이고 동면을 하지 것들 까지도 조용히 숨어든다.
식물들은 숨도 죽이고 모든 작용을 멈춘 채로 한 겨울을 죽은 듯이 보낸다.
사람들마저도 길어진 밤의 깊이로 빠져서 긴긴 시간을
어둠에 맡기어 조용히 한밤을 뒤척이게 된다.
더군다나 겨울밤엔 긴 시간을 어둠에 쌓이게 되고 활동이 더뎌지고 자연이 활동 시간이 줄어지니
활동공간까지 좁아져서 방안에 조용히 앉아서 그저 옛 책을 뒤적이거나
자신을 혼자서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반추하는 정적의 시간을 갖게 마련이다.
흰색과 검은색은 색채가 없고 명암만이 있는 무채색이다. 이 양자 사이에 잿빛이 있다.
낟알을 훑어내고 난 뒤의 짚을 태우고 남은 재의 빛이 잿빛이다.
여름 동안 들끓었던 사물들을 고요한 정지의 시간으로 돌려보내는 빛이 잿빛인 것이다.
그러니 모든 사물들, 잘못 혼합된 색채들은 모두 잿빛으로 환원된다.
이 환원적 빛깔 앞에서 명상이나 묵상에 드는 것은 당연하다.
몸의 추위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마음의 추위는 봄이 되어도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봄이 되어도 누추한 내의를 못 벗을 만큼 추위에 절어 있고
마음은 위축되어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담대한척 하지만 아직도 두려움이 지배당하기도 한다.
눈빛에 두려움이 있으니 늘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고 사람들의 작은 시선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두려움을 풀어야 외로움이 풀린다.
금강변에 앉아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감정을 살려 한 곡조 뽑고 석양을 등졌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금강변에서
전북 익산시 웅포면 맹산리
출처: https://newsky1515.tistory.com/3300 [인생은 바람이다: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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