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믐이 극심하여 내심 기다리던 비였지만
이틀동안 쉬지 않고 내리니 이젠 그만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20mm정도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주일이 되면서 비가 잦아 들고 급기야 해가 떳다.
비가 많이 내린 탓인지 공기는 무척 크린해졌다.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지만 마음은 차분해 진다. 비는 언제나 내게는 사색이다.
비는 세상과 나 사이에 물의 장막을 드리워 모든 소음을 차단해 준다.
비 오는 날이면 창밖 비의 커튼을 보며 평면적이지 않았던 내 삶을 더듬어 보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시골에서 유년을 보냈다. 땅강아지처럼 흙속에서 뛰놀며 야생적으로 자랐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이라 흉허물이 거의 없었던 시절을 보냈었다.
밤의 고요는 향수 한토박을 끄집어 낸다.올 여름은 조금 힘들게 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산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면서 이 정도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면
욕먹을게 뻔하기에 여름의 한복판을 뚜벅 걸음으로 걷기로 했다.
지난 일들이 빗줄기 속에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비록 내 의지대로 이어진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들 속에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었나 생각해 본다.
비를 보며 산만했던 내 인생을 조곤조곤 정리해 본다.
언제나 여행을 떠나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진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취향이나 사고에 따라 여행지를 평가한다.
똑같은 여행지를 놓고도 사람마다 그 답변은 제각각이다.
여행지에 어떻게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만은,
취향에 맞는 여행지가 최상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여행자의 각기 다른 기호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모두 소화시킬 수 있는 곳이 바로 자연여행이다.
그곳에서의 여정은 정신 없이 찍는 기념사진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의 실루엣이 된다.
여행의 실루엣은 그리움이 되고, 그곳으로 다시 떠나라고 재촉한다.
이틀동안 내리는 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게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사색이 되어준 비.
그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간간이 나를 들춰보게 해 줄 고마운 비.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는 잦아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창가에 있다.
-전정문詩人의 ((여행)) 중에서-
photo back ground-내장호 둘레길 주변
전북 정읍시 내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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