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제자들이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그 마을 입구에는 강이 하나 있었는데 마을 아이들이 강가에서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모래성을 열심히 쌓으면서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모래성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마구 소리를 지르며 다투곤 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마을에서 나온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불렀다.
그러자 아이들은 그동안 공들여 쌓아 놓은 모래성을 마구 짓밟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각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아이들의 놀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그 광경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던 붓다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삶도 이 이상이 아니다."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던져준다.
하나는 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모래성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젠가는 쌓던 모래성을 짓밟고 뛰어갈 것이니 모래성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래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삶을 투쟁의 장으로만 생각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면서 몰입하지 못해도 안된다는 것이다. 놀이를 하면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책을 읽으면서도 딴 생각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맛에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사랑스런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가슴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 간다.
행복이란 크게 만들어지지가 않는다.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모래성을 완성해놓고 박수를 치는거나 다를바가 없다.
아이들에겐 모든게 장난감이고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놀이터가 만들어진다.
노는 걸 보노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묻고 싶어질 때가 많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웃음이 사라지고 즐거움이 감소해 간다.
나도 젊었을 시절엔 기타 하나만 있으면 하루종일도 놀았었다.
음악 다방에 가서 몇시간씩 음악감상을 하면서 젊음을 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걸 보아도 시큰둥 하고 맛있는 걸 먹어도 맛을 못느낄 때가 많다.
개그 프로를 보면서 웃는 사람을 보면 다시 얼굴을 쳐다 볼 정도이다.
그게 그렇게 웃기는가? 박장대소할만한 내용인가?
하루종일 한번도 웃지 않고 지나갈 때도 많다.
그나마 소일거리 라도 있기에 망정이지 하루종일 티비 앞에서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과
약간 다르다는 게 위안이 된다. 별 시원잖은 일이라 해도 나는 의미를 부여하며
마치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으며 몇시간 동안 골몰하는 그 장면에 꼿히고 싶은 오늘이다.
대전광역시 동구 회남로 275번길 대청호 팡시온 펜션 앞에서
저물어 가는 시간을 위하여┃詩人이 보는 世上┃2021-05-11 (0) | 2022.10.29 |
---|---|
아름다운 만남┃詩人이 보는 世上┃2021-05-10 (0) | 2022.10.29 |
마음을 다잡고 영산(靈山)을 간다.┃2021-05-05 (0) | 2022.10.29 |
내 생각의 여백┃詩人이 보는 世上┃2021-04-26 (0) | 2022.10.29 |
마음껏 아파하고, 슬퍼하자.┃詩人이 보는 世上┃2021-04-25 (0) | 2022.10.2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