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어린시절 밥꺼진다고 뛰지 말라는 어머니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에 열중했던 기억이 새롭다. 가려진 등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제빨리 포착하여 잡아야 하기에 무엇보다도 순발력이 요구되는 놀이였는데,
난 항상 그 움직임에 둔하여 술래를 도맡아 하곤했다. '무.궁.화.꽃.이. 피.였.습.니.다~~
아.' 충청도식 발음이기에 느린탓도 있지만, 등뒤에서 움직이는 것을 잡아낼 재간이 있겠는가?
그리고 등뒤에서 움직이는 동작을 [보았네,안보았네]로 항상 싸우면서 끝나는 놀이이기에
차라리 눈으로 직접 안 본 이상은 안본것으로 해 두는 것이 신상에 편하고,
우정을 지켜나가는 길이라는 어린애답지 않은 박애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난 지금 2025년 여름 또다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나는 나의 등뒤에서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고 있다. 아니 느끼고 있다.
해는지고 집으로 흩어져야할 시간까지 나는 오늘도 술래가 되어 여전히 [무궁화]를 세고 있다.
나무늘보보다 더 느린 둔탁한 움직임...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할 중직들의 움직임이
나의 둔한 안테나에도 포착될만큼 굼뱅이 몸동작을 하고있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술래가 되어
못본것으로 하겠지만, 그런 모습으로 어찌 영계가 혼탁한 이시대를 견딜꼬!
시화호의 물길을 가두어 놓은 결과 그 광활한 호수가 폐수가 되어 국가적 재난을 예고하고 있듯이
움직이지 않는 물은 아무리 풍부한 수량을 자랑해도 언젠간 악취를 풍기게 되어 있다.
감각이 둔한 나의 카운트다운..[무그웅하와아 꼬오치이 피이었습니이다아]에도 감지되는 그 움직임을
나는 서글퍼 한다. 올 여름은 역대급으로 더울 거란다. 하지만 아무런 근심이 없다.
고단했던 하루가 지나고 밤의 정적이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이럴 땐 음악이 최고다.
몇번이고 조수미의 음색에 취해 상상의 나래를 펴고 세월을 거스려 올라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
카테리나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참 노래 맛깔스럽게 부른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전주 덕진연못 창포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1가 131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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