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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의 흔적┃詩人이 보는 世上┃2025-02-13

2025年 日常

by 詩人全政文 2025. 2. 1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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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듯이 시간은 시나브로 또 다른 계절을 데려다 놓고 새롭게 시작하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위대한 삶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듯 위대한 역사와 문화는

오랜 시간의 흔적들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전에는 대충 대충 넘어 갔던 것들이지만 근래는

작은 풀잎 하나를 보면서도 철학적 명제로 접근한다. 사색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혼잡한 도심보다는

사유하는 공간에 머무르길 좋아한다. 친구들과 조우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어쩜 그냥 그리움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는게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핑게를 대며 만남을 피한다.

마지막 겨울 칼바람이 부니 내 가슴은 더욱 서걱인다. 나는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보다

때로는 여백으로, 때로는 실루엣(silhouette)으로 남겨 놓는 일이 많다.

그렇게 싱그럽기만 했던 지난 여름의 초록색이 퇴색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면 서글퍼진다.

봄이 가까히 와있지만 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직은 없다. 오직 나 한사람만이 아직 오지 않은 봄을

예찬하고 실제로 봄을 즐기고 있다. 아마도 내 땅엔 겨울을 이긴 꽃들이 아직 땅속에 있지만

상당수는 새봄에 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작년 봄에 심은 놓은 수선화도 조만간 동토를 뚫고 나올 것이고,

야생화들도 새싹을 피울 것이다.꽃잔디도 얼굴을 내밀 것이고, 살구 복숭아도 꽃망울이 곧 터질 전망이다.

아마도 올해는 더 많이 번식할게다. 철쭉과 연산홍 그리고 백철 등도 개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금년 겨울이 지나면 겨울을 이긴 홀리팜 가족들과 힘찬 도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가는 곳마다 우선적으로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린다. 나만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이들과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실내에서 자라는 나무를 선호하지 않는다. 정원안엔 수많은 꽃들이 있지만

방안엔 살벌할 정도이다. 모든 꽃은 꾸밈이 없어도 예쁘다. 치장하지 않고 저마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들이 흉내낼 수 없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이 있다. 서로 먼저 피려고 서두르지도

않고  유유자적 여유롭다. 어쩌면 꽃은 모든 생명의 아름다운 결정체인지도 모른다. 화무십일홍에

불과하지만  짧은 생이라고 한탄하는 법이 없다. 내 지인중에 꽃을 아주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

아름답긴 하지만 지는 꽃을 바라볼 때 꽃잎을 매만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 때문이란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는 꽃을 보면서 자고하지 말고 교만하지 말자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기회라고 판단하면

안되는 것일까? 희곡작가 조지 버나드 쇼 비문에는 ‘우물쭈물 살다가 내 끝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중광스님은 비문에 ‘괜히 왔다간다’는 친필을 남겨놓고 떠났다.

인생을 의미롭게 아껴 살라는 충고가 아닐까 싶다. 시간은 공평하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우리의 몫이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지만 그 화려한 한 순간을 위해 겨우내 동토에서 숨죽이며

생명을 유지해 온 것이다. 그런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유독 지는꽃을 염려하여 기피해서는 안될말이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강천사 설경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길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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