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보면 "겨울철 석 달은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며 양(陽)이 움직이지 못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라고 권하고 있는 데,
많은 동물이 겨울에 겨울잠을 자듯 사람도 활동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늘리라는 말일게다.
절기상 소한(小寒)이다. 소한은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로 ‘작은 추위"라는
이름만 놓고 보면 대한(大寒)보다 덜 추울 것 같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가장 추운 시기로 꼽혔다. 년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세번째로
한겨울 추위 가운데 혹독하기로 소문난 날로 오죽하면 ‘춥지 않은 소한 없고 추운 대한 없다’는
말이 생겨 났을까. 그래서 속담에는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회자될만큼 소한 추위는 매섭다. 어렸을적 어른들의 말씀에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말이 있었다.
한 해를 구분하는 24절기의 마지막이 대한(大寒)인 데, 양력으로는 1월 20일 쯤이 되고
태양의 황경이 300도가 되는 날이다. 글자만 보아서는 날씨가 얼마나 추우면
대한(大寒)이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사실 대한 즈음은 매섭게 춥지는 않다.
겨울 추위가 입동 때 시작해서 소한 대한으로 가며 가장 추운 날씨가 된다고 한다지만
그건 중국의 지리적 위치에서 볼 때 그런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즈음이 가장 춥고
대한 때는 추위가 수그러드는 시점이라고 믿었기에 방심하기 쉬운데 어째튼 소한이든
대한이든 겨울은 겨울이다. 오늘은 며칠전을 생각하면 그런대로 견딜만 하지만
그래도 아침 나절엔 영하 3~4도는 됨직하고 한낮에는 영상의 날씨로 돌아서 겨울 날씨치고
이 정도면 운신하기 좋은 날이라는 예보가 나와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엔 벌써 입춘이
자리잡고 있다. 춥다고 움츠리면 이제 겨울의 시작인데 엄동설한을 이겨낼 수가 없다.
우리가 알던 삼한사온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추운게 낫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어제만 해도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했던지 앞산이 안보일 정도로 혼탁한 뿌연한 하루였다.
삼한사온(三寒四溫) 이 아니라 사한사미를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오늘은 미세먼지가 사라진 대신 몹시 추운 하루로 시작하지만 낮부터 추위가 풀린다니
공사장은 활기가 넘칠 것이다. 다행히 영상의 날씨가 예상되지만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춥다
겨울은 없는 사람에겐 혹독한 계절이다. 있는 사람은 오히려 추워야 스키장도 가고
기름 걱정없는 사람은 환기시키느라 창문을 열겠지만 서민들의 겨울은 그리 반가운게 아니다.
그래서 못사는 사람들은 겨울을 반기지 않는다. 겨울은 사람들에게만 혹독한게 아니다.
가끔 길을 지나다 보면 고라니 너구리 쪽제비 등이 죽어 있는 로드킬의 현장을 목격한다.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먹을걸 구하지 못해 마을 인근까지 내려왔다가 변을 당했을텐데
겨울이 더 길어지면 피해가 더 커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주 들리는 곳도 들녁이지만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산짐승, 고라니와 꿩, 그리고 요즘 온 동네를 새카맣게 물들이고 있는
수천마리의 까마귀들, 비들기와 동네 잡견들, 도둑 고양이와 쪽제비 등이 단골 손님으로 찾아 온다.
배고픈 고양이가 비들기를 잡아 먹었는지, 깃털이 흩어져 있다. 산에 밤이나 도토리 상수리 열매를
싹쓸이 하는 바람에 짐승들이 굶주리고 있다. 그래서 겨울은 가진 사람에겐 문제가 안되겠지만
없는 사람에겐 혹독하기만 하다. 잔인한 계절이다. 너무 가혹한 계절이다.
여름은 그래도 아무 것도 없이 버틸 수 있는데, 겨울은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계절이다. 가진자들이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고 하지만 냉방에서 하룻밤만 자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다.노숙자들의 겨울 하루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사투의 시간이다.
출사를 다녀와 남은 물병을 방안에 가져다 놓았는데 얼음이 얼어 녹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커피는 냉커피를 먹는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지만 얼음물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때론 지금이라도 보일러를 가동할까를 생각하지만 오늘이 소한인데, 일단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오기가 작동하여 참으면서 겨울을 나고 있다. 지금도 노숙자는 라면 박스를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하는데 전기장판위에서 호사를 부린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있다. 우리가 추위를 잊을 수 있는것은
적당한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집과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것은 일부에게만
선택적으로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성하는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일년중 가장 일이 없을 시기이고, 탄핵 정국에 직격탄을 맞은 건축경기의
불황으로 기술이 없거나 불성실했던 사람에겐 겨울철이 혹독하단 걸 느끼게 된다.
곁에서 들으니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느냐고 애원복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평소에 성실했던 사람들은 불황을 모르지만 게으른 사람은 호황에도 자릴 구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겨울은 춥고 배고픈 계절이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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