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떄부터 암송했던 말씀이 생각난다.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Like the cold of snow in time of harvest is
a faithful messenger to those who send him,
for he refreshes the soul of his master)잠 25:13) 시인 오광수(1953, 울산)는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8월엔 소나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서
그런 사람은 “만나면 반가운 얼굴이 되고 만나면 시원한 대화에 흠뻑 젖어버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의 몸이 갈증을 느낄 때는 몸에서 수분이 2% 부족할 때라고 한다.
하나님도 나의 믿음의 2%가 부족하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시지는 안는지 생각해 본다.
지난 날들을 반추해 보면 매사에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 어쩌다 만나는 사이지만
만날 수록 가슴이 답답하고 피하고 싶은 사람, 만나기가 무섭게 자릴 떠나고 싶은 사람 등
불볕 더위보다 더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은 인연들이 많았다. 손없는 날은 이사 비용이 비싸기에 일부러 손있는 날을
선택하다 보니 번갯불에 콩볶듯 급히 이사하게 되었는데 그간 내 눈치를 보며
이 마을 사람들과 적응하지 못하는 걸 안스럽게 생각한 할머니 한분이 찾아와
떠나는 마당에 왠 청소냐며 이 동네사람들을 미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미워하다니? 사정상 어쩔 수 없었고, 동네 사람들과 제대로 교류를 하지 못한
내 적응력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며, 성격상 사람들을 사귀지 못하는 체질이라
사람들이 북적대는게 싫어 거처를 옮기려 작정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야박하게 하여
떠나는줄 오해한 모양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인연이란 걸 막연하게나마 인정하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는 말이 있다. 불가 용어에 보면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말이 있는데,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또한 깨달음과의 만남도 그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인연이 맞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솔로몬은 전도서에서 범사에 때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게 아닌가?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헤어짐도 마찬가지다.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 안에,
내 손아귀 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게 인연이 존재하듯
악연 역시 존재한다. 누구나 인연과 악연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 중에 한사람이지만 아주 기분 좋은 인연이 있는가 하면,
씁쓸함과 동시에 상처만을 안겨주는 악연 역시 존재하는 법이다.
난 세상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내 삶속에 그냥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사람까지도
될 수 있는대로 악연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
출처: https://newsky1515.tistory.com/3358 [인생은 바람이다: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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