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아직도 정은 있으나, 예절은 부족하다.
예절을 윗사람에게 대하는 태도쯤으로 인식한다.
요즘 들어 느낀 것이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라고 칭찬하는 말 속엔
무질서, 수준미달 같은 뜻이 포함돼 있다. ‘역동’은 대개 개발도상국에 붙는 수식어다.
동남아 중국 중남미 국가처럼 한참 성장하는 국가에. ‘국제사회에 손 안 벌리고 쑥쑥 커가는
모습이 기특하니 조금 모자라고 천박한 구석이 있어도 봐주자’는 시선이 깔려 있다.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에는 그런 말을 안 붙인다.
그럴 단계도 지났지만 사회 구성원이 한결같이 남을 배려하며 살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에 가면 사회가 평온하고 안정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우리 사회는 남을 배려하는 의식부재가 만연되어 가고 있다.
자기 외에는 부모도 형제도 몰라보는 살벌한 시대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한마디로 눈치를 안보는 세태이다.
나는 15년, 혹은 30년, 늘 같은 그 자리에서 존재하면서 충분하게 추억을 생산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참 고마운 생각이 든다. 그곳이 문구점이든 자장면집이든, 오래된 서점이든
한곳에 마음을 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한번도 객지를 떠돌지 않고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 남다르게 본다.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생을 사는 소박함이 고맙다.
더 크고 싶고 더 넓은 꿈 누리가 그리웠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안분지족’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더 멋져 보인다.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나누고 살면서 때로는 그들의 삶으로 타인들을 치유해내는 사람들이 좋다.
얼마나 치유가 많이 필요하고도 부족한지 세상에 넘쳐나는 말들이 무슨 무슨 “힐링”
그리고 “치유”와 같은 말들이다.
힐링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면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삶이 더 소중함을 순수한 경험으로 만난다.
세상에는 누구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내 친구중에 돈은 많이 벌어 놓아 노후 걱정은 없는 데 자식때문에 고민하는 걸 자주 본다.
그래서 세상이 공평한지 모르겠다.
나는 자식들 때문에 고민하거나 아파해 본적이 없는 걸 감사한다.
아마도 노년에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바로 이 순간일 것이다.
가진 것이 없어도 자립하는 자식들만 봐도 저절로 배가 부른 느낌이다.
이빨이 강한 라이온과 같은 짐승은 뿔이 없다. 뿔이 있는 소와 같은 짐승은 이빨과 발톱이 없다.
오늘 내가 가지는 것이 뿔인지 이빨인지 알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남과 달리 가진 것들 덕분에
나와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환한 빛이 우리를 인도해 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나쁘다 해도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그리고 고마운 것 한가지는 어떤 시점이 되면 우리는 단지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행복해 하는 순간이 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세상을 다녀가는 동안 만난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그 당시 함께 작당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初老가 되어 백발이 성성하고
이빨 한두개씩 빠진 사람들을 보면 세월이 참 무상하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코타키나발루의 저녁노을
나이 먹으면서 깨달은 한가지┃詩人이 보는 世上┃2024-01-26 (0) | 2024.01.26 |
---|---|
넘어짐┃詩人이 보는 世上┃2024-01-25 (2) | 2024.01.25 |
사랑┃詩人이 보는 世上┃2024-01-23 (1) | 2024.01.23 |
타임 푸어┃詩人이 보는 世上┃2024-01-22 (2) | 2024.01.22 |
도전하는 정신┃詩人이 보는 世上┃2024-01-21 (1) | 2024.01.2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