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은 경륜과 원숙함이지만 낡음은 나이와 관계없이
비창조적이고 남의 뒤를 따라다니는 안이한 처신이다.
그러기에 나는 나 자신에게 늙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낡음을 두려워하리라는 생각을 주문처럼 외우며 산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몸이 태어난 후 60년이다.
매순간 우리는 늙어가고,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늙음, 그것은 생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일은 아니다.
어느 순간까지 팽팽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우리의 생이 어느 날부터인가,
몸 어딘가에서 바람이 새듯 빠져 나간다.
나는 ‘늙음’이 ‘낡음’과 동의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몸은 늙었으나 사고(思考)가 낡지 않아야 건강한 삶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남과 경쟁하며 살았지만 이젠 내 자신과 경쟁하며 살아야 한다.
현저하게 나약해진 모습이 점점 익숙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여유(餘裕)를 잃지 않으려 한다.
‘속도’가 빨라지면 ‘각도’가 줄어들어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든다.
속도를 줄이고 밀도를 늘려야 평범한 일상에서도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려면 곡선의 물음표를 던져 직선의 느낌표를 만나야 한다.
곡선의 ‘물음표’를 사랑해야 직선의 ‘느낌표’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사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여유(餘裕)있는 삶을 소망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내 자신이 더 알고 있다. 흔히 '한물갔다'는 소릴 많이 한다.
이는 채소나 과일, 어물 따위가 한창 거두어지거나 쏟아져 나오는 제철이 지나다는 뜻으로
사용되며 싱싱한 정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진다. 즉 전성기를 지났는 뜻이다.
나도 한물간 건 확실하지만 애써 그걸 부인하려니 부침이 심하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한물갔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도리질을 한다.
내 전성기는 언제쯤이었을까?
학창시절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유리창을 두어번 깨뜨렸을 떄였을까?
특수부대에서 군생활을 하던 시절이었을까?
세계여행을 하며 100여개국을 돌아다니던 시절이었을까?
아님 40대 초반 법인회사를 만들고 대표이사 생활을 하던 때였을까?
아무래도 혈기방장했을 떄라는 생각은 들지만 전성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벌써 환갑까지 이르렀다.
아직은 '한물같다'는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을리 없건만 사실이 그런즉 어찌 할 수 있는가?
목적 없는 삶은 공허하지만, 목적만 남은 삶은 살벌하기만 하다.
험난한 경쟁의 바다를 지나 마침내 인생을 찬찬히 돌아볼 여유를 가지게 된 노년.
권위주의와 허세로 무장하는 대신
'내가 욕심내던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것들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다.
더 이상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살기로 했다. 공자는 인간 60이면 이순(耳順)이라 했지만
나이 예순을 넘어서도 남의 말소리가 귀에 거슬려 마음 상할 때가 많다.
듣기가 거북하면 못들은 척, 흘려버리면 그만인 일에 얼굴을 붉히고 억울하단 생각을 한다.
때론 분노와 울분을 토하며 곱씹어 생각한다. 보고도 못 본 척 가볍게 넘길 일에 과민하고
가슴앓이 하던 일들… 노인이면 노인다워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고전 인문학자 전호근 경희대학교 교수는 책 <선배수업>에서 '삶이 노년에 가까워질수록
삶의 무게가 늘어나는 건, 가진 게 늘어서가 아니라 잃어 버린 게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잃어 버린 게 많아서 초라해진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며 '성숙'을
기하는 것이 중년 이후 중요한 삶의 과제'라는 것이다.
-全政文 詩人의 ((인생은 바람이다)) 중에서-
photo back ground-순천만 두루미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출처: https://newsky1515.tistory.com/3288 [인생은 바람이다: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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