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시작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중 절반이 지나갔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순식간(瞬息間)이다.
짧은 시간으로는 눈 한번 깜작하는 사이를 순(瞬)이라 하고, 숨 한번 쉬는 사이를 식(息)이라 한다.
이같이 빠른 시간을 별안간(瞥眼間)이라고도 한다
즉 별안은 눈길 한번 흘깃 보는 짧은 시간의 뜻이다.
이보다 더 짧은 시간은 찰나(刹那)라 하는데
이외도 잠시(暫時)ㆍ즉시(卽時)ㆍ잠간(暫間)ㆍ삽시간(霎時間)도 있다.
빗방울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시간을 삽시간(霎時間)이라 말한다
삽(霎)의 뜻은 '이슬비 삽'자인데 잠깐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따라서 삽시간은 잠깐의 시간, 아주 짧은 시간이라는 의미이다.
내가 세상을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지나 온 시간을 반추해 보니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아직도 학창 시절이 선명하고 군생활을 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 땅엔 영원한 것이 없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닌데, 영원토록 내 것이 어디 있으랴.
앞사람 으로부터 잠시 빌려서 사용하다가, 그다음 사람에게 아무런 미련 없이 물려주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삼베바지에 방귀가 새어나가듯이,
어느 날 문득 ‘슬그머니’ 살아질 존재일 뿐이다.두보(杜甫)가 사천성(四川省) 기주(蘷州)라는
산골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을 때 마침 그곳에는 자신의 친구 아들인 소계(蘇係)가 살고 있었는데,
젊은 그가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군불견 간소계(君不見 簡蘇係)'라는
한 편의 시를 써서 그를 격려한 일이 있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길 가에 버려진 못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부러져 넘어진 오동나무를/
백년되어 죽은 나무가 거문고로 만들어지며/ 조그만 물웅덩이 속에도 큰 용이 숨어 있을 수 있네. /
장부는 관 뚜껑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결정되는 법이네/ 그대는 다행히도 아직 늙지 않았거늘
(君不見道邊廢棄池/君不見前者摧折桐/百年死樹中琴瑟/一斛舊水藏蛟龍/ 丈夫蓋棺事始定/
君今幸未成老翁/何恨憔悴在山中/深山窮谷不可處/霹靂魍魎兼狂風)".
이 시를 읽은 소계(蘇係)는 당장 그곳을 떠나 호남 땅에서 설객(說客)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언급된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말은 '죽어서 관의 뚜껑을 덮은 후에라야
비로소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결정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오늘의 충신이 내일은 역적이 되고,
이제까지 걸식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의 운명이란 죽은 후에라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photo back ground-한밭수목원 힌 망태버섯
대전 서구 둔산대로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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