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가 (7일) 24절기의 스물두 번째 절기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었다.
가을부터 계속된 가뭄이 겨울까지 미치고 있어 눈이 아니면 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며칠전 서울 등지엔 폭설이 내려 교통마비 현상이 벌어졌지만 남부지방은 눈다운 눈이
아직 내리지 않아 첫눈을 기다리는 편이다 .
이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대설(大雪)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은 원래 재래 역법의 발생지이며 기준지점인 중국의 화북지방(華北地方)의
상황을 반영하여 붙여진 것으로 꼭 이 시기에 적설량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에서는 대설로부터 동지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서,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荔枝)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한편,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 풍년이 들고 푸근한 겨울을 난다는 믿음이 전해진다.
첫눈을 맞으면서 서성거리면 무슨 소망이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에 젖게 된다.
그래서인지 서설(瑞雪)을 주제로 한 노래도 많다. 눈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는 신비한 물상이다. 첫눈은 특히 더 그러하다.
흔히 대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 농사가 잘 된다는 말이 있는 데,
대개 이 즈음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져 눈이 오는 지역이 많다.
이는 보리 농사가 잘 되기 위해 대설에 날씨가 춥기를 바랐던 옛날 사람들의 소망이
깃들여 있는 속담일게다. 눈이 내릴 정도로 추위가 시작되는 날이기에 겨울 채비를
시작하는 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대설이기에 추워야 제격이지만 요즘은 기분적으로 추위를 더 타는듯하다.
세상만사가 다 마음먹은대로 되는게 아니지만 미로처럼 꼬인 일들로 인해 마음마저
움츠러드는 데, 일은 고단하고 먹는게 부실하면 더 춥게 느껴진다.
갑자기 날이 추워지니 김장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마도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갈 것이다. 요즘 젊은 부인들은 김장할줄 모른다고 한다.
김치를 담글줄 모르는 여자 ? 참으로 걱정이다 김장을 마치고 동태국을 끓여 한그릇씩 먹으면
피곤은 물론 추위가 저만치 물러갔다. 예전 내가 어렸을 시절에 김장하는 날은 잔칫날이었다.
100에서 200포기를 김장해야하기에 몇일전부터 전장터를 방불케 했다.
김장이 끝나면 어머니는 몇일씩 병원을 드나 들었다. 그래도 가족들 겨울철 반찬을 위해 김장은
필수적이었다.흰 쌀밥에 겉절이 김치는 환상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음식이 없을 정도로 천상의
음식이었다. 김장하는 근처에서 얼신거리면 배추 속에 양념을 듬뿍 발라 입안 가득히 넣어주시던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입이 터질 것 같이 큰 배추를 씹다보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다.
모친께서는 황석어젓을 즐겨 사용하셨다. 조기 중의 조기는 참조기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한데 이 참조기로 만든 젓갈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 황새기젓 혹은 황세기젓이라고 하는데 바른 표현은 ‘황석어젓’이다.
조기는 한자어로 석수어(石首魚), 석어(石魚)다. 이 중 참조기는 누런빛을 많이 띤다고 해서
황석어(黃石魚)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젓을 사용하지 않고 김장을 하는가 본데 갈치속젓이나
오사리젓도 일품이었다. 흔히 예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던 욕중에 온갖 못된 짓을 거침없이 하는
잡놈을 일컫는 ‘오사리잡놈’이란 말이 있는데, 오사리젓과 관련이 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이른 철의 사리 때에 잡은 해산물을 오사리라고 하는데 이때 물고기를 잡으면 온갖 잡고기가
다 섞인다. 그래서 불량배들을 오사리잡놈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때 잡은 새우로 담근 젓이
오사리젓이고, 유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이 품질이 가장 뛰어난 육젓이다.
어디 그뿐인가. 대설 무렵이면 메주콩을 삶아서 청국장을 만들어 입맛 돋구는 청국장으로
가족들 건강을 챙기고, 대설 무렵엔 메주를 만들어 짚으로 매달아 내년 된장 담을 준비까지
마치곤 했다. 당시 어머니들은 무진장 바뻣다. 모두가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희생한 산물이 아니었던가? 오늘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세찬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오후에도 계속 영하권이었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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