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年 日常

상상의 날개┃詩人이 보는 世上┃2025-04-14

詩人全政文 2025. 4. 14. 00:15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입니다."

그런 팻말을 목에 걸고 프랑스 파리의 미라보 다리 위에서 한 장님 걸인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곁을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그 걸인에게 당신이 이렇게 해서 구걸하는 액수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걸인은 침통한 목소리로 겨우 10프랑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행인은 고개를 끄덕이곤 걸인의 목에 걸려있는 팻말을 뒤집어 놓으며 다른 어떤 말을 적어놓았다.

그로부터 약 한달 후, 그 행인이 그 곳에 다시 나타났을 때 걸인은 행인의 손을 붙잡고 감격해 하며 묻는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다녀 가신 뒤 요사이는 50프랑까지 수입이 오르니 대체 어떻게 된

연유인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글을 써놓았기에 이런 놀라운 일이 생기는 겁니까?"

그러자 행인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별다른 게 아닙니다. 원래 당신의 팻말에 쓰여 있는 글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입니다.' 라는말 대신에 '봄이 오건만 저는 그것을 볼 수 없답니다.' 라고

써 놓았을 뿐이죠." 이 이야기는 우리가 쓰는 말 한마디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입니다'이라는 무미건조한 말만 가지고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않았지만 같은 의미이지만 거기에 좀더 아름다운 상상의 날개를 달아줌으로서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같은 말, 같은 생활이라도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주면 보다

맛깔스럽고 정감어린 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아무런 생각없이 즉흥적인 말들을 너무 쉽게 쏟아낸다.

내 현실이 여유로운 삶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아직은 비관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전에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입니다.' 라고 동정심을 유발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봄이 오건만 저는 그것을 볼 수 없답니다.' 라고 조금 더 세련되게 나를 표현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요즘 전국이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만개한 꽃들이 거리에 수북히 쌓이고 있다.

목련도 개나리도 산수유도 자태를 뽑내고 있다.  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벚꽃 축제장에 각설이들이 물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서 춤을추지만  내 시선을 끌지 못하기에

아름답게 핀 봄꽃들과 이름없이 피고질 야생화에 애착이 더 간다.

 

-全政文 詩人의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중에서-

photo back ground-합천백리벗꽃길